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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애초에 읽어치우기만 하는 책들에 대해 한줄씩이라도 적어놓자고 시작한 블로그인데, 자꾸만 잊고, 귀찮고, 이 복잡한 심경을 어찌 글로 옮길까 고민하다 다른 책을 시작하면서 잊어버리고야 만다. 그렇지. 이게 나지. 밀란쿤데라의 팬이라 자처하는 사람들도 알고보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농담’ 두권만을 완독한 경우가 많더라. 그래서 나도 이 두권만 읽기로 했는데, 농담을 읽고 나니, 적어도 그의 첫번째 작품 까지는 읽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장과 그 안에 담긴 뜻이 아니라 문장과 문장이 이어져 만들어내는 플롯을 가지고 노는 소설가 라니, 멋지잖아.

엊그제 “The Hunt”를 보고, 농담이 떠올랐다. 어떤 아이의 말로만 존재하는 특정 행위로 인해 사회적으로 철저히 무너져버린 남자와, 그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대한 이야기 였는데. 거짓말과 농담이라는 분명한 차이가 있지만, 말로만 존재하는 어떤 행위, 사상 때문에 그것이 존재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것이 농담에 불과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가해지는 사회의 폭력과 그때문에 그들이 어떻게 무너져 가는지에 대해 그렸다는 점에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무서운 점은 농담이 사회주의 지배하의 체코가 배경이었다면, 헌트는 현대의 북유럽 사회가 배경이라는 점. 이토록 대비되는 시간과 공간에 존재한 사람들의 행위가 놀랄만치 유사하다는 점은 섬뜩하다.

농담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사람들 대부분은 두 가지 헛된 믿음에 빠져 있다. 기억(사람, 사물, 행위, 민족 등에 대한 기억)의 영속성에 대한 믿음과 (행위, 실수, 죄, 잘못 등을)고쳐볼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다. 이것은 둘 다 마찬가지로 잘못된 믿음이다. 진실은 오히려 정반대다. 모든 것은 잊히고, 고쳐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엇을(복수에 의해서 그리고 용서에 의해서) 고친다는 일은 망각이 담당할 것이다. 그 누구도 이미 저질러진 잘못을 고치지 못하겠지만 모든 잘못은 잊힐 것이다. (p. 493)

루드비크에게 가해진 폭력은 되돌릴 수 없다. 루드비크가 농담으로 인해 겪어야 했던 모든 삶은 이미 살아졌으니까. 그리고 그를 그렇게 만든 행위, 제마네크를 비롯한 그의 동지들이 행한 잘못은 고쳐지지 않고 잊혀진다. ‘그게 역사다;’ 라고 말하는 밀란 쿤데라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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