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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채 3월이 오기 전이었지만 유채꽃이 피었다는 말에 바로 섭지코지로 향했다. 찬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보란듯이 노랗노랗 피어있는 유채꽃에서, 이 길고 깊은 겨울에도 끝이 있다는 희망이 보였다. 겨울의 끝, 봄의 시작. 이 소중한 순간에 함께 할 수 있어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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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르고 별렀던,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입구에서부터 옹기종기 늘어선 돌 조각상들에 웃음짓고, 용머리 오름에 기대 그려진 구름 하늘 바람에, 공기를 이루는 각각의 원소들은 어떤 특별한 색을 가지고 있는게 분명하다며 감동했다. 움직임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바람. 을 “부동” “정적임”을 고유 특성으로 하는 사진에 담아내기 위해 빌려오 나뭇잎들, 나뭇가지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서 결국 이 고집스러운 할아버지는 바람을 담은걸까, 나무를 담은 걸까. 하늘을 담은걸까, 오름을 담은 걸까. 그 고집스러운 할아버지는, 고집스럽게도 끝내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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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면, 바다를 감상하기에는 최고의 장소. 한담 해변길 근처에 있는 카페 봄날. 맨투맨티 하나만 입어도 좋을 따뜻한 햇볕아래에 카페가 문이 열기를 기다려 들어갔다. 커피 맛은 그저 그랬지만(사실은 별로였지만) 그러면 어때- 라는 생각조차 안들만큼 평온했던 공간. 아무 생각 없이 종일 봄볕 아래 앉아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를 볼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다녀간 다음다음날 선배네 부부가 다녀갔는데. 거기 내가 다녀간 다음날 문재인씨가 다녀간 흔적이 있었다고 했다. 둘다 하루 차이로 놓쳤지만 뭐, 어때- 그분 만나러 간것도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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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 입장료를 보고 한숨을 푹- 쉬었다가, 이제 고래도 없다는데 보지 말까 하다가 들어간 수족관. 너른 대형 수조안을 가득 채운 물고기들을 보는 순간 모든 불편함이 사라졌다. 때마침 수족관의 마지막 공연을 보러 대부분의 관람객이 공연장에 들어간 터라, 대형 스크린 만큼 큰 수조를 온전히 우리 둘이 차지하다시피 앉에 두고 볼 수 있었다. 영화 클로저에서 댄의 장난으로 안나와 래리가 처음 만나던 그 수족관이 떠올랐다. 디 아쿠아리움.

안나와 래리는 다시 만나 평온하게, 가끔은 행복하다고 느끼면서, 가끔은 외롭다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을테니, 나도 그렇게- 수족관 속에서 평온하게 사는 물고기들처럼. 최소한 겉으로 보기에 평화롭고 아름답게, 살 수 있을까.

 

세상 모든 것들과 부딪치고 사느라 참 힘들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가 보다. 그래서 이렇게 지치고 힘들고 피곤하고 아프니, 그냥 수조에 들은 물고기들 처럼, 플랑크톤이나 먹으며 평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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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체크인 하며 재미있는 광경을 보았다. 우리 옆방 아저씨가 카드키로 문을 못열어 사모님께 혼나고 있었는데, 눈을 마주치고 보니 그분이 유명 정치인이었던것. 아저씨는.. 카드키로 문도 못열어 혼나고 계신 저분이 그분이라며 마구 웃어댔다. 그날 밤 찬바람이 불어대는 야외 수영장에서 노는 사람들을 보고 쟤들 왜저래? 하고선, 그다음날 우리도 저 밖에 나가서 퐁당 거리고 놀다 둘다 옴팡 감기에 걸렸다. 호텔 로비바에서 노래를 부르는 아저씨는 베사메무쵸를 부름 우리에게 뽀뽀를 강요했고, 피아노를 치던 아저씨는 베트맨의 집사 할배를 닮았다. 라이브 음악도, 론 지방의 2010년산 와인도 딸기도 쪼꼬렛도 아름다웠던 저녁.

 

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고 각자의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못내 어색하기만 했던, 그런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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