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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진, 이선균.

이 둘의 캐스팅 때문에 표를 구하기 힘들었다. 극중 부부로 출연하는 연기자 부부. 연기자 부부에게는 특별한 일이었겠지만, 이게 굳이 관객에 영향을 미칠 일인지는 모르겠다. 둘이 부부이건 말건, 캐스팅은 좋았다. 전혜진의 산드라도, 이선균의 켄도 제법 어울렸다. 다만 전혜진의 늙은 여자 목소리 연기가 거슬렸고, 이선균은 늙은 남자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어쩌면 그는 늙어서도 지금의 목소리를 간직할지도 모르겠다.

비틀즈의 All you need is love에 맞춰 춤을 추며 눈이 맞은 켄과 산드라. 자유를 꿈꾸며 세상이 변하고 있고, 자신들이 세상을 바꿀수 있다고 믿는다. 낭만적인 20대의 연인이다. 보는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그들이 40대가 된다. 부유한 동네에 살고 있으며, 음악을 하는 딸과 자폐증이 있는 아들을 키우고 있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는듯이 보인다. 겉으로 보기에 이상적이나 안으로 곪아있는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의 모습이다. 남편은 스물셋 어린 여자와 바람을 피고 있고, 여자는 이혼을 요구하며, 딸은 남자친구가 바람을 펴서 헤어지게 생겼는데 엄마는 연주회에 바빠서 못오고, 아들은 똑똑하지만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어보인다. 부부는 소리를 질러대고 딸은 제발 소리 좀 지르지 말아달라고 악을 쓴다. 보고 있는것만으로도 피로하다.

이들의 노년은. 이 부부의 노년은 이 부부의 중년보다 행복해 보인다. 안정적 노후 생활을 즐기고 있고, 켄은 만나던 여자와 헤어지고 아들과 살고 있고 산드라는 다른 남자와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딸이 부부를 소집한다. 집을 사달라고 요구한다. 여기서부터 흥미로웠다.

딸은, 엄마가 시키는대로 해왔다. 하고싶은 일을 하라고 했고, 그래서10대일때 하고싶었던 바이올린을 서른일곱살이 되도록 했다. 열심히 했다. 엄마 아빠가 하면 된다고 하는대로, 열심히 연주를 했다. 서른일곱살이 됐다. 남편도 없고 집도 없고 소득은 아빠의 은퇴 후 소득의 1/3 밖에 안된다. 렌트를 내기 위해 모르는 남자와 집을 쉐어해 살고 있다. 커리어를 쌓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커리어란건 쌓이질 않는다. 그렇게 나이만 먹었다. 서른 일곱이 되어 뒤돌아 보니, 연주실력이 변변치 않기 때문에, 재능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는게 없는 거였다.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나. 엄마 아빠 때문이다. 엄마 아빠는 늘 잘한다고, 지금 니가 하고 있는 일을 계속 열심히 하면 된다고 격려해왔다. 시키는대로 했는데 남은게 없다. 인생을 낭비한 기분이다.

부모는, 황당하다. 그들은 자유를 포기하고 없는 사다리를 만들어가며 열심히 돈을 벌어 자식들이 해달라는대로 모든것을 지원해줬다. 그렇게 키워놨더니, 어느날 자식이 찾아와 부모세대들이 부를 다 독차지하고 있으니 좀 내놓으라지 뭔가. 부모가 하라는대로 살았더니, 내 인생에 남은게 아무것도 없으니, 안락한 노후생활을 포기하고 나에게 집을 사달라지 뭔가. 부모는, 억울하다. 내가 노력하고, 나의 자유를 희생해 너희의 삶을 지원해 줬는데 나때문에 삶을 낭비했다니. 심지어 그 댓가로 집을 내놓으라니. 돈이 있어도 절대 집을 사줄 수 없다고 맞선다. 여기서 이 극의 태생, 영국이 튀어나왔다. 우리나라의 부모라면, 집을 사줬을 거다. 안락한 노후는 커녕 빚을 내서라도 아들 장가가는데 집을 구해주고 내보내는게 대한민국의 부모들이다. 짠하다 못해, 딱하다.

결국 딸은, 역까지 태워달라고 조르며 집을 나서고 부모는 니살길 알아서 찾아가라며 둘만의 세계여행을 계획한다. 우리가 돈을 다 쓰고 가면 애들이 우릴 어떻게 생각할까 하고 걱정을 하긴 한다. 그러나 그런 걱정 때문에 본인들이 20대때 꿈꿨던, 현실에 치여 포기했지만 이제야 다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그 자유를 포기할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결국엔 나도, 너도, 그렇게 살아야 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하고싶은대로, 즐기고 싶은대로 즐기다 마흔을 앞두고 나서 엄마 아빠에게 징징대지 않으려면, 비록 자식들이 엉망이 되더라도, 비록 둘 사이의 관계에 공허만 남아 바람을 피우고 이혼을 하더라도, 소처럼 일해 악착같이 사다리를 올라가야만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러브러브러브는 그렇게 씁쓸하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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