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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는 일부러 음악당 보다 덥게 만들어 놓은 건가 싶을 정도로 덥고 슾한 일요일 저녁이었다. 잘츠부르크에서 카르멘을 보던 날 입었던 헬무트랭 드레스를 꺼내 입고 동부간선도로를 지나 올림픽대로를 지나 경부고속도를 지나 예당에 왔고, 공연 한시간 전임에도 불구하고 오페라 하우스 주차장은 만차였다. 차를 돌리고 돌려 음악당에 주차하고,  두장 예매한 표를 홀로 받아들고 나의 우산과 나의 재킷과 나의 가방에게 한자리를 내어주고 숨을 삼키며 공연을 봤다.

공연에 앞서 유니버셜발레단 대표라는 여자분이 나와서 친.절.하게도(어금니 꽉물고) 공연 줄거리를 차근차근 설명해줄때는 볼쾌지수가 마구 올라갔지만, 막이 오르고 곧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오케스트라 연주에 모든 감각이 집중할 수 있었다.

1막. 타티아나가 사랑에 빠진다. 도시에서 온 귀족 청년 오네긴에게. 타티아나가 꿈속에서 거울속에서 나온 오네긴과 추는 춤이 1막의 하이라이트. 현실에서 추는 춤과 꿈에서 추는 춤이 만들어내는 공기가 달랐다. 고 쓴다고 한들 그게 무슨 의미인지 감각으로 느끼지 않고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은 확실히 꿈이라는 시공간적 배경 안에서 춤추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움직임이었다.

2막. 오네긴은 타티아나의 고백을 무시하고, 대신 친구의 약혼자를 꼬시고 결국 곁투로 친구를 죽이고 떠난다. 유니버셜 발레단의 오네긴 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 2막이었는데, 딱히 거슬리는 부분 없이 가뿐하고 유연하고 규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3막. 15년이 지나고 공작 부인이 된 타티아나에게 참회한 오네긴이 다시 사랑을 고백하지만 거절당한다. 3막의 마지막에 오네긴과 타티아나가 추는 춤이 이 발레 공연의 가장 중요한 춤이라고 한다. 그럴만 한 춤이었고 그만큼 감동적이었지만, 발레리나 서희의 춤만 놓고 봤을때, 그 전에 공작부인으로 추는 춤이 더 아름다웠다. 중력이 그녀만 피해가는듯한 가볍고 우아한 움직임으로 무대를 날아다니는 것만 같았으니까.

언어가 배제된 순전히 감각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예술이기에, 그만큼 감정적이고 감각적이었고, 충분히 슬프고 넘치게 아름다운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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