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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벚꽃이 필 무렵에 교토에 가고싶어지만, 어쩐일인지 4월초에는 늘 하루 휴가내고 일본에 다녀오는것 조차 버거운 시간표로 살고 있다. 학생일 무렵에는 서울에 벚꽃이 피는 무렵 늘 중간고사 기간이었다. 학교만 졸업하면 벚꽃 따위 마음껏 내키는대로 즐길 수 있을줄 알았는데, 졸업하고 여섯번의 봄을 보냈지만 벚꽃놀이를 제대로 해 본 기억이 없다. 여섯번째 봄도 그렇게 보내고, 도쿄가 이미 여름 냄새를 풍기는 4월 말 급작스레 도쿄에 다녀왔다. 먹으러. 일년에 꼭 한번쯤은 가는 도쿄는 마음으로는 부산보다 가깝다.

출발하기 1주일전, 도쿄의 미슐랭 스타 프렌치 레스토랑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몇군데 있었고, 좋아보였고 비쌌다. 내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한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을 추려, 도쿄에 사는 친구를 통해 예약을 넣었다. 미슐랭 스타 스시집에서 오마카세로 먹고오고 싶은 마음은 다음으로 접어두고.

도쿄로 가는 비행기 안, 작은 사고가 있었다.  예약해둔 식당의 식사시간에 맞춰 가기 위해서는 호텔에 짐만 맡기고 바로 식당으로 출발해야 했기에 비행기를 탈때부터 미슐랭 스타 프렌치 레스토랑에 가는 차림이었다. 비행기 안에서 매니큐어를 바르다, 그만. 오빠가 내 DVF 드레스에 매니큐어를 쏟아버렸다. L’Effervescence에 가기 위해 시작한 여행이나 다름 없었고, 그날의 음식만큼이나 그날의 내 차림과 기분은 중요했기에 비행기에서 내리고 싶지 않을 만큼 기분이 상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미쯔코시 백화점으로 달려가, 스텔라 매카트니의 드레스가 나를 향해 손짓할때까지 내내 “천원짜리 매니큐어 몇방을이 망쳐버린 이번 여행”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다행히(?) 옷을 바꿔입고 다시 한층 신이 난 채로 L’Effervescence로 달렸다. 니시 아자부의 주책가에 조용히 자리잡은 레스토랑은 이미 식사하는 일본 여자들로 만석. 예약한 자리로 안내받아 메뉴판을 받았다. 나에겐 가격이 없는 메뉴판을 준다. 오호. 메뉴에 있는 것들을 약간 내 입맛에 바꿔 주문했더니, 나중에 내가 먹은 메뉴를 새로 프린트해서 가져다 주었다.

음식은 일본 고유의 식자재를 활용한 프렌치였다. 그래서 저런 꼴뚜기 슾이 나오기도 했지만, 여기서 맛본 순 무 요리와 저 일본산 와규 맛은 지상에서 처음 접하는 그런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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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두기 토마토 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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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와규. 최고!)

특이한건, 저 와규를 자를 칼을 손수 고를 수 있게 한다는것. 식사를 마치자 음식이 나올때마다 영어로 메뉴에 대해 설명해주던 메니저가 쉐프를 데려 왔다. (왜?)  그러곤 자기는 사라졌는데, 이 쉐프 역시 아무말도 안하는 거다. 그래서 음식이 맛있었다, 멋지다, 한국에서 일부러 왔다. 라고 말해주었는데 “어서 더 칭찬해봐” 라는 듯이 가만히 서있던 그 쉐프.. 미스테리다. 우리 영어를 못 알아 들은건지도.

이래저래 우여곡절끝이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미슐랭 스타 프렌치를 먹고 모리미술관으로. 모리미술관에서는 개관 10주년..이었나 20주년 기념으로 특별전이 한창이었는데, 주제는 “사랑”.

Love와 관련된 작품들이 샤갈부터 쿠사마 야요이 같은 현대예술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공간을 종횡무진 가로지르며 전시되어 있었다. 작품 하나하나보다 그 전시의 구성과 큐레이팅이 더 인상깊었다.

밥먹고, 문화생활도 좀 하고, 한숨 자고,

도쿄에 5년째 거주중인 절친님을 만나, 내가 방문할때 마다 데려가는, 다락방에 있는 이자카야에서 아부리한 사바를 시켜넣고 술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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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의 고급 스시집에서 스시는 못먹어도, 츠키지 시장에 가서 초밥을 먹으려 했다. 다만 아침에 일어날수가 없었다. 아침은 패스하고 찾아간 곳은 마이센. 1965년부터 개업한 돈까스집이다. 요즘 같아선 1년을 버티기 어렵다는데 50년 된 돈까스집이라고 하니 안가볼 수가 없었다.

가장 유명한 흑돼지 돈까스를 시켰다. 바삭한 튀김 안에 정말 촉촉한 돼지고기가 입안에 가득 차올랐다 스르륵 녹는다. 정말 많은 돈까스를 먹어봤지만 정말로, 이것이 돈까스의 기본이자 정식입니다 라고 말하는 듯한 그런 맛이었다.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클래식함을 돈까스에서 보았다고 하면 너무 과장이 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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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센의 흑돼지 돈까스)

돈까스를 먹고 설렁설렁 걸으며 드넓은 메이지신궁 안을 산책했다. 도쿄에 정말 여러번 와봤지만 여긴 처음 들어와봤다. 정말 넓고, 정말 숲이 우거져 있고, 정말 더웠다. 정원에서 전통 혼례를 하는 커플을 볼 수 있었는데 그 더운 날 그 거추장스러운 화장과 복장을 하고 있는 신부도 안쓰러웠지만 그 뒤를 장례행렬처럼 따라가는 친구들도 괴로워보였다. 햇빛 쨍한 여름날 풀 드레스업하고 하이힐을 신은 채 모래길을 걷는 하객노릇이라니. @_@

해가질 무렵에 맞춰 요코하마로 이동했다. 2년전인가, 3년전쯤 요코하마에 간다고 하니, 그곳에서 유학생활을 한 동기가 알려준 오삼바시 터미널에서 석양을 보고 싶었다. 병맥주를 따고 계단에 비스듬히 누워서 전람회 음악을 틀어놓고 석양을 보던 그 때의 기억이 너무 아름다워서, 이번에는 그와 함께 가고 싶었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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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어느때 보다 아름답게 졌고, 까를라 부르니 언니의 노래가 석양을 노래했고, 선토리 맥주는 맛있었다. 요코하마는 도쿄에 비해 훨씬 쾌적하고 살기 좋았다. 사람들 표정에여유가 있었고 운하를 따라 시간도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도시의 쾌적함과 근교의 여유로움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는 도시. 일본에서 살게 된다면 요코하마에서 살고 싶다.

일본에 가기 전부터 야끼니꾸를 먹고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아저씨 때문에, 유명한 야키니꾸 체인인 조조엔의 요코하마 지점을 찾아 미리 예약을 해두었다. 요코하마 운하를 바라보며 소 혀를 구워먹는 맛! 소 혀 사이에 파를 넣고 반으로 접은 네기 탄시오. 안창살 보다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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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죽도록 먹기만 하다  서울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처음부터.  일본에 왔는데 라멘을 안먹고 갈 수가 있나. 요즘 뜨고 있다는 아후리 라멘을 찾았다. 유자 향을 더한 라멘이었는데, 육수보다는 면이 훌륭한 라멘이었다. 가늘고 탱탱하고 쫄깃한 면에, 유자향이 나는 진한 육수의 조합이 좋았고, 라멘을 만드는 네 청년의 모습이 훈훈했다….(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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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을 먹고 입가심으로 애니버셔리 카페에서 낮술을 한잔 하는걸로, 일본 여행은 마무리!

이렇게 먹고, 먹고, 또 먹다가 돌아와 여한이 없었다.  내년에 또 만나요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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