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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2 설국1

사무실 과자 캐비닛 안에 양갱이 가득했다. 난데없이 웬 양갱인가 했는데, 영화를 보고온 다음날 아침 캐비닛 안의 양갱을 보자 흠칫 할 수 밖에 없었다.

영화가 개봉하고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 영화에 대해 떠들어대자 돌연, 영화가 보고싶지 않아졌다.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우와!!!역시봉준호!” 와, “어라.. 나 실망했어.”로 명확히 나뉘었던 점이 조금은 흥미로워 뒤늦게나마 영화관을 찾앗다.

봉준호 감독이 만들었던 대부분의 영화를 봤지만, 봉준호 감독의 스타일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 따위는 갖고 있지 않았던 터라 영화를 보는 중간 중간, 엇.. 내가 봉준호랑 박찬욱을 헛갈리고 있나. 이거 박찬욱 감독 영환가? 라며 혼란에 빠진 적도 있었고, 어설프게 유머가 등장하면 어 맞아 이런건 봉준호 감독이 만든 영화 같아..하기도 하며 흥미진진? 까지는 아니지만 재미있게 영화를 봤다.

무한히 궤도를 순환하는 기차라니. 무한순환하는 폐쇄된 생태계 안의 반란이라니. 그런데 알고보니 그게 다 시스템 안에서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니. 너무 뻔하지만 너무 재미있는 소재 아닌가. 봉준호 감독이 아닌 어디서 갑자기 혜성처럼 짠 나타난 감독이, 혹은 어떤 잘 모르는 외국인 감독이  이 영화를 똑같이 만들었으면 “우와 이영화 재밌어!!” 라는 공감 위에 담론들이 자라나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만큼 한국 영화팬들이 봉준호 감독에게 갖는 기대가 크구나..하는 생각도.

계급과 질서로 이루어진 시스템의 위계질서 꼭대기에 있는 윌포드, 그 질서의 가장 아래쪽에서 사람들의 정신적 지도자가 되어주는 길리엄. 이 두사람의 결탁 혹은 동맹 관계가 흡사 정치권력과 종교가 뒤에서 손잡고 있는 모습 처럼 보였다면 너무 큰 비약일까. 정치/종교의 비유를 떠나서 위에서 대놓고 꼬리칸 승객들에게 총을 쏴대는 윌포드나, 아래서 교묘하게 그들을 선동해 일정 인구수를 유지하도록 돕는 길리엄이나 다른 탈을 썼을  뿐 본질은 같다.

마찬가지로 그 시스템 안에서 앞으로 앞으로 진격하는 커티스나, 윌포드에게 잡혀가 기차의 엔진 부품으로 쓰이는 아이나 그 기차안에서 자기 위치에서 자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래서 앞칸에 있는 사람/꼬리칸에 있는 사람의 구분 보다는, 기차 안의 시스템에 갇힌 사람/그 밖을 보는 사람의 구분이 더 유의미해 보였다. 커티스가 앞으로 앞으로 전진하는 동안 남궁민수는 창 밖을 관찰한다. 커티스가 윌포드가 있는 칸의 문을 여는데 급급해 있는 동안 남궁민수는 기차 문을 열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엔트로피가 극에 달해버린 기차는 자멸하고, 그 문을 열고 탈출한 남궁민수의 아이와, 그들이 구해낸 꼬마 아이만 살아남는다.

인상에 남았던 것 중 하나가 윌포드 바로 아래칸의 모습이다. 앞 칸으로 갈수록 높은 계급을 상징하는 기차에서 윌포드가 타고 있는 기계실의 바로 전 칸. 이 칸에는 고상한 귀족이나 지체높은 양반들 대신 환각제에 취해 있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이성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눈빛을 한채 허우적 대고 있는 사람들이 가득한 그 칸이 바로 꼬리칸에 타고 있는 이들이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앞칸의 모습이었다. 폐쇄된 세계 안에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쾌락의 정점에 대한 시각이 원작자 혹은 감독이 창조해 낸 그 세계를 보는 관점인 것만 같아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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