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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이들 2014-06-24-358

 

고양이를 키우기로 결심했을때, 신랑은 키울거면 두마리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람이 없는 낮 시간 동안 고양이가 심심해서 잠만 자면, 밤새 사람을 괴롭혀 서로 힘들어질 거란 이유에서 였다. 고양이도 외롭고, 사람도 힘들고.

둘 다 직장을 다니는지라 고양이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하루에 3시간 정도니, 맞는말이다 싶어 영달이가 집에 온 지 1주일만에 미달이를 데려왔다. 처음부터 이렇게 빨리 두번째 고양이를 들일 생각은 아니었다. 나는 고양이는 커녕 햄스터 한마리 키워본 적이 없었고, 고양이와 함께사는 법을 배우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런데 나의 첫번째 고양이(영달이)는 곱상하고 우아하고 조심스러운 외모와는 달리 엄청난 수다쟁이였다. 그것도 밤에만. 밤에 자려고 누우면 침대옆에 와서 옹알옹알, 안 받아주면 머리맡에 올라와서 머리를 밟고 다니며 옹알옹알, 문을 닫고 자면 문 밖에서 벅벅 문을 긁어대며 밤새 냐아아아아-냐아아아아아-. 그래서 일주일만에 같이 놀아줄 동생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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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집에 온 미달이. 영달이는 저 이동가방만 보면 벌벌 떨며 숨기 마련인데, 안에 다른 고양이가 있다는걸 알았는지 살금살금 다가와선 킁킁-냄새를 맡기 시작한다. 이동가방 안의 아기 고양이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겁에 질려 삐약삐약 울어댔다. 고양이를 합사하는데는 최소 1주일의 시간을 가지고 처음에는 서로의 존재 정도만 알게 해주고, 하루에 만나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 가며 적응을 시켜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 집엔 아직 그럴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그러기엔 종일 저 두 마리중 한마리를 방에 가둬두기가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냥 풀어줬다. 영달이니까. 워낙 무엇이든 잘 받아들이고 순하고 착한 영달이니까, 미달이도 그냥 받아주겠거니 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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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가 간과한 것이 있다. 동생을 낳아달라고 그렇게 졸랐음에도 불구하고 동생이 막상 태어났을때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얼마나 심한 박탈감을 느꼈는지. 동생이 태어났을 때 나는 일곱살이었고 그만큼 그때 느꼈던 감정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영달이도 그랬던 것 같다. 노골적으로 하악질을 하거나 물어뜯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미달이가 곁에 오면 신경질을 내고, 점점 어둠속으로 숨으려고만 하고 밥도 잘 먹지 않았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게 분명했다. 아직 2개월이 조금 지난 아깽이 미달이는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며 끊임없이 영달이를 쫓아다녔고, 영달이는 그런 미달이 때문에 스트레스받고 있는게 눈에 보였다. 다른집은 피를 보며 싸우기도 한다는데, 다행히 그정도는 아니었지만 영달이는 나름의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표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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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국 미달이가 온지 며칠 안되어 미달이를 격리했다. 다이소에서 네트망 10개를 이고와 간이 철장을 만들고 위에 뚜껑도 덮어놓고 밤에 잘때만 미달이를 저 안에 넣어놓고 잤다. 그렇게 하룻밤이 지나고 영달이는 다시 활기를 찾았다. 미달이가 성가셨던거다. 미달이 없이 하룻밤을 보내고 기운을 되찾았는지, 밥도 다시 먹고 화장실도 다시 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두번째 날도 미달이를 격리하고 잤다. 그런다 다음날 아침. 미달이가 보무 당당하고 방에서 걸어나왔다. 너…. 저기서 어떻게 나온거니…? 가서 살펴보니 케이지 천장을 천으로 막고 타카로 박아놓은 부분이 있었는데 그 사이를 비집고 나왔나보다. 야 너 진짜 장난 아니구나.;

격리는 이틀로 끝났지만 영달이는 그 이후로, 괜찮아졌다.

미달이를 좋아한다거나 하는것 같지는 않지만, 그냥 받아들이기로 한 것 같다. 영달이-미달이 합사 과정에서 수많은 고양이 관련 글들을 찾아봤는데, 고양이는 기본적으로 다른 고양이를 싫어한다고 한다. 길고양이들이 무리 생활을 하기도 하지만 그건 그냥 생존을 위한거라고 한다. 영달이도 그냥 본능적으로 다른 고양이의 존재가 싫었을수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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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꼬리만 보면 이렇게 환장을 하고 눈이 뒤집혀 달려드는데, 내가 영달이라도 싫을거 같다. 영달이는 이런 상황에 처하면 처음엔 참는다. 한번, 두번 참아도 미달이가 포기하지 않으면 그때부터 영달이가 뛰어 내려와 미달이를 덮친다. 근데 자세히 보면, 깨물거나 할퀴는게 아니고 핥아주려고 낑낑대고 있다. 양 앞발로 미달이를 꼭 껴안고, 발버둥치는 미달이를 참아가며 미달이를 그루밍 하고 있다. 고양이들 사이에서는 그루밍을 하는 쪽이 받는 쪽보다 우위라고 한다. 미달이는 그걸 아직도 못견뎌하며 미친듯이 발버둥을 치고 호시탐탐 영달이보다 높은 곳에 올라가 밑에 있는 영달이를 괴롭히려고 한다. 하지만 뭐, 덩치에서 밀리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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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레슬링을 하다 미달이가 도망가면 영달이가 쫓아가고, 어느순간 보면 미달이가 영달이를 쫓기도 하고, 그러면서 둘은 신나게 우리집을 뛰어다닌다. 영달이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뛰어다니고 어딘가에 올라가는 모습을 미달이가 오지 않았으면 절대 보지 못했을 거다.

그리고 어쩌다 가끔씩은 이렇게 둘이 서로를 불편해 하지 않으며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 10초 정도? 미달이가 영달이 꼬리를 보고도 흥분하지 않고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최대 10초 인 것 같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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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달이가 오기 전까지 우린 영달이가 그저 순하고 조용한 고양이 라고만 생각했다. 미달이와 함께하는 영달이를 보니, 참을성은 있지만 나름 성격이 강하고, 꼴보기 싫은건 두고 못보는 면이..꼭..누구..같다..고..한다.; 그리고 다행히도 미달이는 밝고 뒤끝이 없고 아…무 생각이 없다. 그저 영달이 꼬리가 좋고, 오빠가 먹는건 뭐든 자기도 먹고 싶고, 언니가 오빠를 만지고 있으면 자기도 만져달라고 머리를 들이밀고 싶고 하는 캣초딩.

이러나 저러나 귀여운 내 고양이들. 사랑스러운 내 고양이들. 둘이 같이 산지도 이제 한달이 되었고 미달이는 쥐새끼같은 모습으로 우리 집에 와선 점점 스컹크 처럼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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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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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2014. 6. 25- 고양이는 다른 모든 고양이를 싫어한다.

  1. ㅋㅋㅋ 글 재밌게 잘 썼네. 그래도 두 마리 기르기 시작한건 잘 한 결정일거야. 우리 체테리는 요즘도 새벽에 우다다 해서 죽겠음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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