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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이들010

비 내리는 아침은 저혈압인 사람에게 언제나 쥐약이다. 새벽부터 영달이가 문을 열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서 침실 문만 열어놓고 다시 침대에 누워 십분을 고민했다. 오늘 휴가 내고 회사에 가지 말까. 무거운 몸을 이엉차 이엉차 이끌고, 막히는 출근길을 지나 아슬아슬하게 회사에 도착했다. 아홉시 반쯤 카톡이 왔다. 영달이를 구조한 미우캣분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메시지 창을 열었는데, 영달이 사진을 몇장 보내주면 자기가 전달하겠다는 말과 함께 편지 한통의 내용이 왔다.

영달이를 키우던 집 학생이 영달이가 버려진 병원 원장님께 보낸 메일이었다. 편지 내용은 대략 이렇다.

ㅇ 우연히 영달이 입양에 대한 게시글을 보게 되었다

-> 이런걸 어떻게 우연히 보나. 어느날부터 자기가 버리고 간 병원에 영달이가 없으니 찾아본거겠지.

ㅇ 본인의 가족이 영달이를 버린것에 대해 슬프게 생각하며, 요즘 영달이가 나오는 꿈을 꾸고 가위에 눌리고 있다.

  -> 생명을 버렸는데, 그정도 벌은 받아야 하는거 아니니?

ㅇ 꿈속에서 영달이가 잘 못지내고 있어, 영달이 입양자와 통화하거나 사진을 확인하고 싶다.

  -> 죽여달라고 병원에 맡겨놓고, 이제와서 꿈에서 영달이가 잘 못지내는것 처럼 나오니 확인을 하고 싶다고? 너 정말 답이 없는 애구나. 영달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조차 너는 알 자격이 없어.

ㅇ 끝까지 영달이를 지키지 못해 화가난다.

  -> 말은 똑바로 하자. 지키지 못한게 아니라 죽여달라고 버린거란다.

ㅇ 자기가 이런 메일을 보낸걸 가족들에게는 알리지 말아달라.

  -> 얼씨구.

메일을 읽고 나서, 남편에게 이런 연락이 왔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나는 솔직히 너무 화가 난다고 보냈다.

남편은 나보다 더 화를 냈다.

자기 욕심에, 다른 가족들이 모두 고양이를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자기 욕심 채우자고 키울 여건도 안되면서 고양이를 분양받아 키우다가, 문제가 생겨서 어른들이 버려야 한다고 하니 병원에 안락사 시켜 달라고 버리고 간 주제에, 이제와서 뭘 확인하고 싶다니. 죄책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방식 조차도 너무 안일하고 이기심으로 똘똘 뭉쳐 있어 보여 더 불쾌했다.

그리고 영달이가 전보다 더 안쓰러워졌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한테서 까지 내내 미움만 받다가 스트레스 때문에 방광염도 온 걸 텐데. 두살도 채우지 못한 고양이를 아프다고 죽여달라고 병원에 버리고간 사람들 손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할수록 안쓰럽다.

구조자 분께는 “구조자분이나 임보하신분께서 영달이 근황을 궁금해 하시면 당연히 응하겠지만, 버린 사람이 확인 운운하는건 불쾌하고 답해줄 수 없다. 그러니 영달이는 이쁨받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만 전해달라. 이런 얘기 전하게 해서 죄송하다.” 정도로만 말씀드렸다.

자기연민에 빠진 청소년 따위는 툭툭 잊어버리고(그러나 생각할수록 화나고 불쾌하다), 집에가면 오늘은 뽀뽀를 백번쯤 한 다음에 발버둥칠때 까지 안고 안놔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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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예쁜데. 어떻게 미워했지.

달달이들002고양이 용품의 세계는 정말 신세계여서 이것저것 검색하다 보니 고양이용 보닛..이나 고양이 엘사옷 같은 이상한 물건도 있더라. 근데 쇼핑몰 모델인 고양이가 엘사옷을 입고 “감히 이런걸 나에게 입히다니 닝겐!!!” 이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ㅋㅋ

그런건 필요 없고 밀짚모자나 하나 사서 꽂아줘야지~ 하며 주문했는데, 미달이는 오초도 안돼서 싫다고 발광하며 벗어버렸다. 어쩔수 없이 좀 작지만 영달이 머리에 꽂아줬더니 1분쯤 하고 있어 줬다. 모자 벗어던지고 나서 왕관 씌워주니 그건 좀 마음에 들었는지 한동안 달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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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퇴근하고 집에 오니 남편이 캣타워를 애들 방으로 옮겨놨다. 자기가 거실에 두기 싫은거면서 자꾸 애들이 방에 캣타워가 있는걸 더 좋아한다고 우긴다. 그래서 방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이게 된 캣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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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이건 왜 또 여기로 왔데? 나도 몰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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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왕관쓴~고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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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씸열씸.

영달이는 그루밍을 참 열심히 한다. 근데 너 오늘 아침에 보니 꼬리에 똥묻었던데..닦아주려고 하니 발버둥치던데..응꼬도 좀 그루밍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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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했나? 지금 내 응꼬가 어떻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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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내가 참 별 소릴 다듣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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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내 고양이. 우리 영달이. 누나가 집에가서 열배 더 예뻐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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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2014. 8. 21. – 당신은 그럴 자격이 없어요.

  1. @-@ 이렇게나 예쁜데!!! 밀짚모자도 귀여웠지만 역시 영달이는 왕관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

    • 지도 그걸 알 리는 없지만 여하튼 밀짚모자는 일분만에 솜뭉치로 툭 밀어 떨어뜨리더니 왕관은 달고 돌아다니더라구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달려있는줄 잘 모르는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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