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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이들018

영달이는 사냥본능을 가진 육식동물이다. 하지만 그는 종종 도저히 사냥이 본능인 종이라고 믿을 수 없는 행동을 보여줘 종종 우리를 놀라게 한다. 토요일 오후 오빠와 나는 이마트에서 와인과 맥주와 소주와 고기를 사서 큰 박스를 하나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 애기들 어디있나. 누나왔다~~~ 오도방정을 떨며 들어가는데 슬금슬금 나오던 영달이가 오빠를 보자마자 동공이 확장되었다. 잔뜩 웅크린 자세에 놀란 표정으로 오빠를 잠시 노려보던 그는, 어느 순간 네 발을 허우적 허우적 대며 방으로 도망쳤다. 난 네 발이 공중에서 허우적대는걸 본 것만 같았다.

그가 도망가고 난 자리에는 오줌이 한 컵..정도 남았다. 너무 놀란 나머지 오줌까지 지리고 도망간 것이다. 방 안에서 계속 이마트 박스 눈치를 보는 걸로 보아, 오빠가 박스를 들고 와서 못알아 본 것 같다.

며칠전 회사 선배네 고양이 꾹꾹이(내가 이름 지어줬당)가 꾹이 할머님이 고추장 통 두개를 들고 들어오시는걸 보고 하악질을 했다고 하여 마구 비웃었는데, 남일이 아니었던거다.

야. 너 정말 진짜 너무한거 아니냐? 두살이나 먹어가지고, 아빠 얼굴도 못알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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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달이는 영달이 반응에 어리둥절해 하며 주변을 어슬렁 거리며 “야 너 왜그래애애애” 하고 있었다. 미달이 5개월, 영달이 2살+3개월. 난 우주 최고 겁쟁이 고양이와 살고 있다. 저 날 이마트 박스를 치우고도 한참을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심지어 그 좋아하는 쉐바도 거부하며 남편 주위에 오기를 거부했다.

겁쟁이 고양이를 위해 숨숨집을 만들어 줬다. 오빠 줄어든 흰 트로 만들어 봤더니 입구가 너무 작아서 우리 튼실한 영달이는 못들어가는 사태가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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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걸이에 걸린 오빠 티 중에 젤 큰걸 찾았다. 역시 양키들이 파는 옷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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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역시 미달이만 들어간다. ㅜ 그래도 청소기 돌릴때 영달이가 덜덜 떨면서 숨숨집 안에서 얼굴만 내놓고 숨어있었다.

캣타워 이용률이 저조한 것 같아 타워 맨 윗층에 카샤카샤 붕붕을 설치해 줬더니, 자기가 언제 무서워서 오줌까지 지렸냐는 듯이 다시 맹수놀이를 시작하신 영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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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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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도 물어도 안따라온다. 내가 누런 테이프로 강력하게 붙여놨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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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카샤카샤 붕붕은 앙칼지게 물어 뜯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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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달인 사진엔 얌전하게 나왔지만 사실 숨을 헐떡거리고 입을 벌리고 있어야 할 정도로 힘차게 놀았다.

애 실신할까봐 얼른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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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카샤카샤 붕붕이 있던 자리를 뜨지 못한다. 대체 내 카사카샤 붕붕 어디로 간거냐!!

낮에 너무 놀라느라 힘들었는지, 카샤카샤 붕붕 사냥하느라 지쳤는지 사진 찍는줄도 모르고 이러고 잔다. 보통은 저러고 가다가도 내가 다가가는 발소리를 듣고 눈을 살짝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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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그러다 곧 침도 흘리겠다….?

영달이는 놀라면 가끔 오줌을 지린다. 꼬리에 지가 싼 똥을 한덩이씩 달고 다니다가 방바닥에 문대놓기도 하고, 맘에 안들면 이불 위에다가 쉬야를 하기도 한다. 밤에는 새벽 다섯시부터 사람이 눈 뜰때까지 울어 제낀다. 평소 표정이 부르틍 할 때가 많고, 사람이 안는걸 싫어하고, 이 한번 닦이려면 버둥버둥. 응가 하고 한번 덮는적이 없어 집안엔 늘 응가향이 가득하고 털뿜뿜은 기본 옵션이다. 이런 영달이를 고양이를 싫어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미워했을지, 굳이 직접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영달이가 얼마나 미움받고, 스트레스 받으며 살아왔을지도. 그러니 이렇게 괴..괴팍한 성격을 갖게 된 거겠지?

영달이가 점점 본래 성격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조금 수고로움이 더해지고는 있지만, 그럴수록 더 영달이가 안쓰럽고 사랑스러운걸 보니 얘는 우리집에서 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미달이는 며칠 남의집에 탁묘 맡겨도 전혀 걱정 안될 것 같은데, 영달이는 못그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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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의 관계는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일요일 저녁 영달이가 자고 있는 곁으로 미달이가 쪼르륵 달려가 폭 기댔는데 영달이가 피하지 않았다. 미달이가 종종 저런 행동을 해도, 영달이는 귀찮다는 듯 피하기 바빴는데 저 날은 어쩐일인지 한참을 저러고 같이 잤다.

달달이들029숨숨집에 숨은 우리집의 예민하고 소심한 우주최고 겁쟁이 생명체. 스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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