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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를 당했다. 10월 7일 화요일 저녁 여덟시 삼십분경, 남편과 나는 알렉산더 맨션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던 참이었다. 두 쪽 남은 알렉산더 클래시카를 포장한 용기를 달랑달랑 들고, 삼거리 가운데 구역에 세워둔 차를 향해 가고 있었다. 오른쪽 언덕 위에 택시 한 대가 서 있는 것을 확인하고 길을 건넜다. 그리고 곧바로 그 택시에 치였다. 택시는 직진 차량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좌회전을 하기 위해 멈춰 있던 것이었고, 직진 차량이 지나가자마자 좌회전을 해서 내리막을 내려왔고 우리를 못보고 차로 들이 받았다.

나는 차가 올 것이라는 예상을 조금도 하지 못했고, 밝은 헤드라이트 불빛에 “어?” 하는 사이에 그랜저의 앞머리에 골반과 엉덩이 어디쯤을 부딪혀 본네트위로 올라갔다 바닥에 떨어졌다. 옆에 있던 오빠도 같이 튕겨져 나갔다. 바닥에 떨어진 나는 택시 밑에 있었고, 차가 조금만 더 늦게 섰으면 깔릴 상황이었다고 한다. 식당에서 놀라서 119를 불렀고, 구급차에 실려서 병원에 갔다. 5시간이나 응급실에서 여기저기 전전하고 대기하며 목, 허리, 골반 등에 엑스레이도 찍고 CT도 찍었다. 뼈에는 이상이 없다 했다. 응급실에서 대기하느라 지치고 피곤했을 뿐, 어디가 못 견디게 아프지는 않았기에 새벽 두시가 다 되어서 응급실에서 퇴원했다.

하루 이틀 삼일쯤 지나자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프기 시작했다. 사고가 난 날부터 아프고 뒤로 젖힐 수 없었던 목&어깨뿐만 아니라 엉치뼈 부근과 허리도 시큰시큰하기 시작해서 동네 한의원 말고 좀더 큰 대학병원을 다시 찾았다.

2주~4주 정도 충분히 쉬면서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을 했다. 그런데 입원을 하고 나니, 교통사고 때문이 아니라 6인실 병동 생활 때문에 정신병에 걸릴 것만 같다. 6인실 한가운데 있는 내 침대에 (자기 티비 안보이게)커튼을 쳐놓고 있다고 옆자리 아줌마로부터 꾸지람을 듣는가 하면,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티비를 절대 끄지 못하게 하는 맞은편 할머니도 있고, 청력이 안 좋으신지 계속 소리만 지르고 남의 말은 듣지 않는 대각선 할머니도 있고, 하루 종일 수다를 떠는 문간 아줌마들도 있다. 밤이 되면 양 옆도 모자라 맞은편 자리에서까지 드르렁 드르렁 대차게 코를 고신다. 그리고 무슨 병원에 모기는 이렇게나 많은지, 없던 병도 모기 때문에 옮을 것 만 같다. 샤워장에는 곰팡이가 가득해, 거기서 씻으면 과연 더 깨끗해지는 것일까 의문이 생길 지경이고, 교통사고 환자라고 외출도 불가하다. 무엇보다 나는 병동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함께 생활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힘들다. 나는 이런 공동생활이 너무나 끔찍하다.

이쯤되면 그냥 통원치료를 하는게 나을 것 같기도 한데, 엄마&아빠&남편이 삼중창으로 입원해서 움직이지 말고 치료 받아야 나중에 후유증이 덜하다(없을 수는 없다고 다들 믿고 있다)며 나를 여기 잡아두고 있다.

날씨가 이렇게나 좋은 10월의 연휴를 나는 이렇게 어이없이 수용소에서 보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늙고 병들어 거동이 불편하면 실버타운이나 요양원에 들어가면 된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실버타운이나 요양원 생활이 지금 이 입원생활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거라는 생각. 그땐 거동도 불편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이 더 많이 필요할텐데, 고집과 자존심이 더 세진 ‘할머니의 나’는 그 생활을 견딜 수 있을까. 죽기전까진 탈출의 여지도 없는 그 감옥의 생활을 나는 견뎌낼 수 있을까.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은 그런 ‘할머니의 나’를 견뎌낼 수 있을까. 늙음 자체도 두려운데, 늙어버린 노인의 나가 젊은 나도 견디지 못하겠는 이 상황속에서 죽음을 맞이할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다.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 입원해 있는 동안 곰곰 생각해봐야겠다. 하지만 별 수가 있을 법하지 않다.

병원의 찐밥이 너무 맛이 없다. 튕겨져 나간 알렉산더 클래시카 피자는 어디 갔을까. 알렉스 내 피자 없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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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thoughts on “2014. 10. 13 – 사고.

  1. 이 와중에 없어진 알렉산더피자..ㅋㅋㅋ 걱정이라니. 퇴원하고 나면 같이 갑세.(읭? 언제?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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