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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이들016

일요일에 영달이는 야매 삭발을 당했다. 머리와 다리, 꼬리 털을 뺀 몸통 털을 빡빡 밀어버렸다. 내가 집에만 오면 훌쩍대고 밤애 자다 일어나서도 코를 풀어대고 저녁내내 눈을 부비적 부비적 하는 꼴을 보다 못해 남편이 날을 잡고 영달이 털을 밀어버렸다. 분홍색 몸통을 드러내는 영달이를 보다가 한순간 속상함이 폭발하여 엉엉 울었다.

3일이 지난 지금도 영달이를 볼 때마다 속상하다. 얘가 나랑 사느라 고생이 참 많다. 야매미용을 하면 다른 고양이들은 충격에 빠져 하루 이틀 주인에게 삐져 있다던데, 영달이는 오히려 누나쟁이가 되어버렸다. 생전 올라가지 않던 쇼파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내내 자는가 하면, 잘 땐 침대위에 올라온다. 아마도 배에 털이 없어서 바닥이 찬가 보다.  쇼파에 앉아 티비를 보고 있으면 어느새 내 옆에 몸을 꼭 붙이고 웅크려 앉아있다.

털을 깍고 영달이가 침대에 올라오면서부터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자다가 내 팔에 올라타곤 네발로 꾹꾹이를 하는 건데, 그게 좀 이상하다. 꾹꾹이를 하다가 부르르- 떤다. 그리고 내 손울 문다.  찾아보니 붕꾹이 하는거란다. 아니 애가 그럴수는 있는데, 미용해주고 나서 안하던 짓을 하니 영 이상하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을 빼곤, 고양이를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다. 얘네들이 없었을때 난 도대체 혼자 집에서 뭘 하고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마도 티비를 보면서 기다리거나, 책을 앍으면서 기다리거나, 잠을 잤겠지.

털이 깍여 덩치가 반만해진 영달이가 자꾸 미달이에게 당하는 것 같아, 이번 주말엔 미달이도 삭발을 시키기로 했다. 둘에게 입힐 커플 옷도 주문했다. 뭘 입혀도 지들 털보다 안이쁘고 웃기겠지만.

알레르기가 심해질때, 고양이 털을 밀면 재채기도 거의 안하고, 콧물도 덜 나고 눈도 덜 비비지만 기분이 매우 영 별로 좋지 않은 부작용이 있다. 그걸 해봐야 아냐고? 그래 내가 좀 그렇다.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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