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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자먼드파이크

Gone girl.

그녀는 왜, 어디로 간걸까. 라는 의문을 가지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에이미가 납치를 당했다거나 살해 당했다는 의심은 가지지 않았다.

에이미의 곁에는 비정상적인 부모와 불성실한 남편이 있었다. 굳이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다이어리 나레이션 없이도 이 두가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에이미의 부모라기보다 어메이징 에이미의 창작자인 부모는 딸이 실종되자 자원봉사자들을 불러모으고, 딸을 찾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놓고 아주 차분하게 기자회견을 한다.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를 잃어버렸어도 그 부모들 보다는 한층 더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남편은, 웃는다. 아내의 실종 앞에서도 “예의를 지키라고 부모에게 배웠다”며 사람들 앞에서 친절을 베풀고 웃어보이다 언론의 조롱거리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 와중에 바람피우던 상대와 섹스도 한다.

나는 내심, 이 게임에서 에이미가 이기기를 기대하며 영화를 봤다. 적어도 그녀는 이런 환경들에 미쳐버리거나 주저앉거나 엉엉 우는 대신, 그들을 조롱해가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실행하고 있었으니까. 비록 무고한 한 사람을 살해하고, 남편을 본인이 지은 죄와 다른 명목으로 잡아 넣어 인생을 절단내려고 했을지언정, 그녀가 나름의 복수를 시원하게 해주길 바랐다.

영화에서 재밌었던건, 그렇게 경찰을 속이고 언론을 이용하고 대중을 유린한 그녀가, 숨어있던 호텔에서 만난 여자에게 당했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잘 아는 부류의 사람들은 완벽하게 속이거나, 그들이 속은 것을 알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꽁꽁 옭아맸으면서도, 본인이 아마도 접해보지 못했을 부류의 사람에게 완전히, 그리고 깨끗이 당해버렸다는 사실이다.

에이미가 그녀에게 돈을 다 털렸기 때문에 스토커에게 갔고, 스토커에게 갔기 때문에 결국 전체 플롯을 바꾸고 닉에게 돌아갔다고 볼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나에겐 에이미가, 샤론쇼에 나온 닉의 모습을 보고 닉에게 “고쳐 쓸 만한” 희망을 발견한 것 같았다. 스토커와 함께 숨어 사느니 이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닉을 고쳐쓰자고 마음을 바꾼 것이다. 그리고 그게 고작 닉이 말한 “나에게 계획이 있어요”의 그 “계획”이었다. 에이미가 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에이미에게 보여주는 것. 결국 에이미가 돌아오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닉 자신이고, 이미 그 시점에 에이미가 돌아온다면 그렇게 그녀를 화나게 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살아가기로 결심을 한 것일수도 있다.

이 이야기는 재미있었고, 흥미로웠고 유쾌했다. 고 쓰면 내가 너무 비윤리적인 인간으로 보이나. 하지만 그녀는 그녀의 목숨이나(그녀는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삶에 대해 회의적인 상태였고, 그녀를 그렇게 만드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들이 부모와 남편이었다.) 남편의 목숨 대신 자신의 스토커의 목숨을 희생해 자신과 가족을 지켜낸 것일지도 모른다.

로자먼드 파이크의 나래이션이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한번도 진심으로 이해받아 본 적 없는 사람의 건조한 목소리와 그녀의 표정이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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