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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올해 이사를 두번 했다. 결혼할 집으로 이사하고, 두달 후 분당으로 다시 옮겨야 했다. 1월에 경기도로 발령이 났다. 예상하지 못했기에 서울에 신혼집을 구해놨었고, 우리는 신혼집에서 두달밖에 살지 못하고 경기도로 거처를 옮겼다. 서울에서 가깝고 사람 살기 좋다는 분당이지만 서울이 아닌 다른 모든 도시들은 외지일 뿐이다. 2014년을 외지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1년 내 분당과 수원을 오가며, 때때로 서울을 방문하며 살고 있다.

집에서 강남까지는 30-40분, 광화문까지는 한시간쯤 걸린다. 서울에 살 때도 시내로 나가려면 비슷한 시간이 걸렸지만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넘어간다는 사실 때문에 심리적 거리는 다섯배쯤 더 멀다. 퇴근하고 가려면 분당이 아닌 수원에서 출발해야 하니 서울 한 번 가려면 다짐에 다짐을 또 해야만 한다. 그래도 자꾸 서울에 가고싶다. 무례하고 성급하고 이기적인 사람들이 많이 사는 서울에 가야 따뜻하고 예쁜 내 친구들도 만날 수 있고, 동료들도 볼 수 있고 엄마밥도 먹을 수 있으며 내가 좋아하는 가게에 들러 그 날 먹고싶은 음식들을 먹을 수 있다. 분당에 산 지 9개월이 넘었지만 아직도 분당은 내게 “동네”로 느껴지지 않는다. 떠날 날이 정해져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가족>

1월에 결혼했다. 남편과 나는 함께 있으면 즐겁다. 함께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냥 같은 공간에서 이따금씩 한두마디씩 주고받으며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로 즐겁다. 아직 1년이 조금 안되었지만 이미 3년쯤 같이 살았던 사람 처럼 편하고, 1년 가까이 같이 살았지만 여전히 매일매일이 재미있고 웃기고 좋다.

남편과 살게 되고 5월쯤 영달이를 입양했다. 어릴때 엄마에게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했는데 엄마가 절대 안된다며 거절을 했고, 그 뒤로 동물 키우자는 얘기를 한번도 입에 담은 적이 없다고 한다. 어른이 되면서 강아지는 무서워졌고 고양이가 좋아졌다. 고양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동거인을 만났는데 안 키울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남편을 일주일 정도 졸라 동의를 구하고 영달이를 입양했다. 영달이는 조심성과 겁이 아주 많은 순둥이 고양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종일 집에 두는게 미안해 미달이를 데려왔고, 영달이는 미달이를 싫어한다. 인간의 “미안함”을 해소해 보려는 노력은 실패한듯 보였지만 지금은 둘 사이가 그럭저럭 괜찮아 졌다. 미달이는 영달이를 좋아하니까.

물론 매일매일이 행복하지는 않다. 어떤 순간엔 화가 나고 어떤 순간들엔 속상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불안과 불편함을 감추며 보내기도 한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고 영달이나 미달이와의 관계도 그렇다.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일은 언제나 그러게 마련이니까. 하지만 화를 잊게하고, 속상한 마음을 달래고, 불안을 해소해주고 불편함을 덜어주며 내가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게,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 역시 남편과 고양이들이다.

나는 우리집 네마리 가족이 무척이나 좋다. 영달이가 있어 좋고, 미달이가 있어 더 좋으며, 남편이 함께라는게 가장 좋다. 이들이 만들어주는 내 일상의 평온함이 좋고, 나를 그들의 삶에 받아 들여줘서 고맙다.

<사고>

유난히 이 단어를 많이 접한 한해였다. 바닷물에 배와 학생들이 가라앉았고, 마왕은 사고로 죽었고, 비행기는 세대나 추락했다. 사회가 갖추고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에 대한 신뢰가 많이 사라졌다. 내가 사고만 치지 않으면 삶을 이어가는 것에는 문제가 없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애써야만 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나는 아마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만 살아남는걸로 괜찮은지 잘 모르겠다. 이렇게 살아도 좋은건지.

그리고 나도 교통사고를 당했다. 소소한 접촉사고들은 여러번 당해봤지만 걸어가다 차에 치인건 처음이다. 다행히 많이 다치진 않았지만 더이상 몸이 예전과 같지는 않다. 오래 앉아있으면 차에 치인쪽 허리가 두배 세배 더 아프고, 근육이 쉽게 경직되고, 사고가 난 이후로 운동을 제대로 못 가 몸이 많이 굳었다.

처음 입원이란걸 해봤고, 병동 생활의 괴로움을 알아버렸다. 나는 병실 사람들을 참을 수 없었고, 고립되고 제한된 생활환경을 받아들이지 못해 황급히 퇴원해버렸다. 나이가 들고 나이가 더 많은 남편이 죽고 나면, (내가 충분히 운이 좋다면) 나는 나같은 노인들을 죽을때까지 돌봐주는 어떤 시설에 들어가서 죽음을 맞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시설에서의 삶은 병동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른 선택지가 없을테니 그때는 받아들여야겠지만 그 전에는 꼭 건강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입원생활이 두려워서다.

<계획>

1. 살아남는다.

2. 불어를 배운다.

3. 운동을 계속한다.

4. 옷 사는데 쓰는 돈을 줄인다.

5. 내 곁에서 나를 견뎌주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새해계획 한가지 정도는 완성하게 되는 그런 2015년이 되길 마음으로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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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2014.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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