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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모님댁은 엄청 따뜻하다. 그래서 겨울에도 실내복은 당연히 반팔이고, 전열기구를 쓰거나 난방을 따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적도 없다. 정 남향에 로얄층에 다들 아무 생각 없이 방마다 난방을 풀로 올려놓고 지냈던거 같다. 근데 결혼 한다고 구해놓은 신혼집이 추워도 정말 너어어어무 추운거다. 어느정도냐면, 난방을 하루 종일 최대로 빵빵 틀어도 정해진 시간이 아니면 난방이 나오지 않고, 집안 공기가 결코 훈훈해지는 법이 없는 그런 집이었다. 그래서 분당에 이사올때 눈에 불을 켜고 남향집만 찾았다. 남향에 살면 무조건 따뜻할 줄 알았지…..

그래서 이사온 우리집. 층이 좀 낮긴 하지만 정 남향에 바로 앞에 동도 없어서 볕도 잘 들어와서 겁나 따뜻할 줄 알았다. 근데 이게 창이 어디로 나 있는가만 집안 온도 유지에 영향을 주는게 아니었나보다. 지은지 15년쯤 되었고, 아래층에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것 같은 저층 집. 춥다.

물론 난방을 틀면 따뜻해진다. 그리고 한번 데워놓은 집은 한동안 따뜻하게 유지가 된다. 즉 24시간 내내 난방을 돌리면 우리집은 매우 따뜻한 집이다. 아주 추운날은 출근할때도 난방을 틀어놓고 나간다. 우리집엔 똥쟁이가 둘이나 사니까. 근데 매일매일 그러고 살면 아마.. 관리비가…. 음. 여튼 매일 그럴수는 없는데, 퇴근하고 와서 난방을 켜면 잘 시간이 되서야 거실이 훈훈해진다. 그럼 퇴근해서 내내 추워하다 간신히 따뜻해진 거실 난방을 끄고, 침실로 가서 침실 난방을 켜고 잔다. 이게 무슨 바보짓인가 싶어서 난로를 샀다. 거실 한가운데 놓으면 공기를 훈훈하게 데워준다는 대류식으로.

난로. 마지막으로 본 게….. 초등학교때 다닌 미술학원에서 였던 것 같다. 그때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어머 이 못그린 그림 ㅇㄱ이가 그린거야?”라는 소리를 듣고 진노한 우리 엄마가 어떤 화가의 아뜰리에에 날 보냈는데 그때 그 설치미술가 아저씨 아뜰리에에 난로가 있었다. 물론 내가 산 것 보다 훨씬 크고 훨씬 더럽고 훨씬 못생긴 그런 난로였다.

사실 이 녀석은 캠핑용으로 나온 난로다. 토요토미 레인보우. 불을 켰을때 무지개 색으로 빛이 올라와서 “레인보우”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보실까. 일단 하얗다. 합격. 크기는 저 동그란 윗판이 내 손바닥 쫙 펼친 것 정도. 합격.
달달이들161

조립법은 쉬웠는지 설명서가 일본어로만 되어 있었는데 남편이 뚝딱뚝딱 합치고 기름도 넣었다. 등유를 넣으면 되는데 검색해보니 배달해주는 업체가 있어서 등유가격 +5천원씩 해서 두통을 샀다. 등유 20리터 두 통이 그렇게 큰줄 몰랐다. 아마 내년까지 쓸거 같다.

불을 올렸더니 가스 냄새가 푸슉푸슉 나더니 저렇게 예쁘게 불이 켜졌다. 실내용이라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는 평을 여럿 보긴 했는데, 냄새가 난다. 불을 켜고 끌때 잠깐씩 환기가 필요하긴 하다. 난로를 켜자마자 이 위에 뭘 구워 먹을까 온 집을 뒤지다 발견한 다 썩어가는 고구마. 은박지에 돌돌싸서 올려놨다. 한 20분쯤 지나니 푸쉭 소리가 나서 한번 뒤집어 줬다. 고구마에서 나온 물이 난로 윗편에 조금 튀어 검뎅이 졌다. 뒤집고 한 15분쯤 지나니 온 거실에 달디 단 군고구마 향이 퍼진다. 나 이제 집에서 군고구마 구워먹는다. 쪄 먹는 고구마랑 같은 고구마라는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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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다양한 음식을 구워먹기 위해 직화 가능한 체스트넛 팬을 구입했다. ㅋㅋㅋ 어디서 또 주워 본 건 있어가지고.

전 날 먹다 먹은 빵을 굽는다. 버릴수도 있는 빵이었는데 바삭바삭 이쁘게 구워서 피넛버터 발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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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위에 치즈도 한장 얹어서 구워본다. 치즈가 사륵 녹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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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쥐포와 가래떡도 사다가 구워먹고 있다. 겨울 밤에 난로 하나 켜 놓고 위에서 이것 저것 구워먹다 보면 여기가 천국인가 싶고, 얼굴은 점점 천국에서 며칠 놀다온 사람 처럼 동글동글해진다.

영달이가 앉아 있는 저 의자. 저 의자를 가지고 둘이 맨날 경쟁한다. 영달이가 올라와 있으면 은근슬쩍 미달이가 옆에 와서 앉고, 불편해진 영달이는 내려가버린다. 그러곤 그 밑에서 야옹거리며 운다. 싸우긴 싫고 의자엔 올라가고 싶고. 그래서 싸우지 말라고 똑같은데서 똑같은 의자를 하나 더 사줬다. 근데 여전히 지들 털이 덕지덕지 붙어 앉을수도 없는 헌 의자만 가지고 싸운다. 내 다시는.. 똑같은거 하나 더 사주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며 새 의자는 내가 쓰는 걸로.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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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엉덩이 부분이 오목하게 들어가 있어서 애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물론 새 의자도 그렇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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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땐 이렇게 내 발치에 두고 자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면 어떤날은 영달이가 어떤날은 미달이가 올라가 자고 있다. 미달이가 올라가 자고 있는 날은 영달이가 침대에 뛰어 올라와 나를 꺠우며 운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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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요거트를 만들어 먹는데 영달이가 이 요거트를 엄청 엄청 좋아한다. 밥숟갈로 두숟갈 정도 덜어주면 순식간에 해치우고 더 달라고 야옹야옹. 미달이는 요거트를 안 먹는데, 이렇게 요거트를 주면 지는 먹지도 않으면서 항의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내껀 왜 없어?”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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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껀 왜 없어? 왜 오빠만 간식 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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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등유난로를 사고 나서 난방비가 좀 절약되었냐고….물으면 할말이 없다. 난방비는 난방비고 난로는 직화구이기다. 그래도 금방 공기가 훈훈해지는데다 음식도 먹을 수 있고 난로 위에 주전자를 보글보글 끓여 집안의 습도를 높여줄 수도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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