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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 대한 관심이 적은편인데다 오지랖 넓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고양이한테 웬 오지랖이 발동했는지 모르겠다. 어쩌다가 우연히 트윗에서 본 고양이 한마리의 공고. 그냥 고양이라고 치기엔 너무 예쁜 이 아이가 며칠째 눈에 밟혀 보호소에 전화해 보니, 1주일 후엔 안락사를 시킨다고 해서 홀린듯 부천까지 가서 이놈을 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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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동자 색깔이 예술이다. 투톤의 에메랄드 빛 눈동자에 새초롬한 표정. 영달이랑 같은 나인데 몸무게는 3키로가 채 안나간다.

병원에 갔더니 이렇게 뚱한 고양이가 눈도 뜨기 싫어하며 꼼짝 안하고 있더랬다. 보호소에 계신 수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옆방 검은 고양이를 너무 싫어해서 저러고 있는 거라고. 밥 잘 먹고 똥 잘 싸고 해서 건강엔 이상 없어 보이니 종합백신만 한대 맞혀서 데려가라고 하셨다. 직접 키울건 아니고, 데려가서 중성화 수술 시키고 입양 보낼 계획이라고 말씀드렸더니, 그런 생각으로 데려가는거에 대해 좋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봄이 데려갈 사람은 내가 맞는거 같다며 데려가라고 하셔서 얼른 집어서 들고왔다. 오는 차 안에서 살짝 문을 열어주니 “냐아아” 대답하고 나와선 차 뒷자리 의자 윗편에 올라가선 벅벅벅벅. 벅벅벅벅. 시트를 신나게 긁고는 집까지 창밖 구경하면서 얌전히 잘 왔다. 차를 많이 타 본 아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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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싫으니까 저리 비켜줄래! 하곤 까칠하게 앉아있다. 선생님도 얘가 성질이 별로 안좋아서 시종일관 으르렁 댄다고 말씀하셨는데… 내숭이었던걸로 밝혀졌다.

일단 격리를 해야 할 것 같아 봄이를 달달이들 방에 얼른 넣었다. 화장실을 새로 하나 장만하고, 밥그릇/물그릇, 잠잘 바구니 등등을 넣고 달달이들 짐은 뺐다. 문앞에서 “누나 조기 안에 있는애는 누구냐옹? 쟤는 뭔데 우리 방에 들어간거냐옹?” 하며 자리를 뜰 줄 모르는 똥쟁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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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한 눈빛의 박영달 선생과, 꼬리가 잔뜩 부푼 박미달 선생. 아니나 다를까 차 안에서 냥냥 거리던 봄이는 온데간데 없고, 달달이들을 보자마자 이동장 안에서 연신 하악질을 해댔더니 애들이 놀란 모양이다.

장묘종 아이인데 길생활을 잠깐이나마 해서 털이 여기저기 뭉치고 엉켜 있는데다 냄새도 꼬질꼬질 나서 목욕을 한 번 시켰다. 목욕은 남편이 시켰는데, 목욕 하는 내내 가만히- 있었단다. 어떻게 고양이가 목욕 시키는 내내 가만-히 있을 수가 있나 싶었지만 정말 가만히 있었단다. 허허. 너 어쩌다가 버려졌니..? 혹시 발정나서 집 나온거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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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시키고 드라이로 말려주니 쓱싹쓱싹 그루밍도 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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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오. 씻겨놓으니 더 예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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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도 피하지 않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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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쁨. 예쁨. 나 예쁨. 목욕을 시키긴 했는데 아직 배 쪽에 털이 많이 뭉쳐 있다. 밀어주려고 했는데 너무 피부에 가까이 떡져있어서 다칠까봐 포기. 중성화 시킬때 배 부분만 좀 밀어달라고 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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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봄이를 데리고 집으로 오는 동안 이름을 뭘로 할까 하다 봄이로 정했다. 봄과 함께 우리집에 온 고양이, 봄이.

우리집 셋째를 들이면 이름을 봉달이로 지을 예정이었는데, 이 녀석은 봉달이로 부르지는 못할 것 같다. 봄아, 언니가 좋은 가족 찾아줄게. 일단 여기서 좀 쉬자.

다음날 바로 영달이 미달이 주치의 선생님한테 데리고 갔다. 여기저기 다 깨끗하고 문제 없으니 세놈 다 구충약 한번씩 먹이라고 하셔서 약을 받아들고, 수술 날짜 잡아놓고 왔다. 미달이 한테 알약 먹여 본 경험이 있어서 알약으로 달라고 자신 있게 답했는데, 결국 봄이 알약 먹이기는 실패했다. 입 주변에 손 대는걸 어찌나 싫어하는지…. 알약을 간신히 넣으면 다 뱉어내고, 토해내고 하기를 몇번.. 포기하고 결국 병원에 다시 가서 가루약으로 받아 물에 타서 주사기로 급여했다. 영달이 미달이는 한번에 쏙쏙 잘 먹였는데, 봄이 약 먹이느라 오빠는 좀 다쳤다.

봄이는 다 좋은데 고양이만 보면 맹수가 된다.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하악 하악 하악. 방에 격리 된 상태인데도 방문 열고 닫을때 고양이만 보이면 저런다. 일단 냄새에 익숙해지라고 달달이들이 입던 옷을 입혀놨다. 옷 냄새만 나도 하악 하악…..

밥은 엄청 잘먹는다. 내가 밥그릇 들고 문 앞에 서면 안에서 벌써 냐아-냐아 하며 문 밖으로 튀어나올 기세다. 지가 튀어 나와 놓고는, 밖에 있는 영달이 미달이를 보곤 기겁해서 으르렁 으르렁 하악 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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촵촵촵촙. 며칠 굶은 애 처럼 잘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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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g 짜리 캔을 둘로 나눠 주면, 영달이 미달이는 그걸 몇시간에 걸쳐 나눠 먹는데 봄이는 앉은 자리에서 그걸 다 먹었다. 사료도 영달이/미달이 두놈이 먹는것과 같은 양을 혼자 다 먹는다. 그래서 집에 온지 일주일 남짓되었는데 벌써 살이 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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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쟁이들은 이 이동장을 엄청 싫어하는데 봄이는 저 안이 좋은가보다. 밖에 고양이가 보인다 싶음 으르렁 거리다 저 안으로 숨는다.

봄이는 독실에다 방안에 화장실도 있고, 공기청정기도 들어와 있고 침대도 있고 음식도 룸서비스로만 먹는다. 야.. 니가 웬만한 회사 임원보다 낫구나. 바구니 안에 홍어 쿠션을 넣어줬더니 축축하게 젖도록 핥고 부비고 문대고 한바탕 쿠션과 애정행각을 벌였다. 그거… 똥쟁이들껀데….침 다 발라놨어..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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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쁨.

얘는..사람이 방에 들어오면 “냐아~”하고 버선발로 뛰어 나와선 골골대며 머리 박치기부터 해댄다. 어디서 이런 요물이 들어왔나 싶다. 만져주면 시종일관 골골골골. 그러다 기분 좋아지면 사람 몸에 지 몸을 붙이고 드러 눕는다. 안는건 잠깐 참아주긴 하는데 썩 좋아하는거 같진 않다. 많이 고양이들이 남자를 무서워하거나 싫어한다는데, 봄이는 그런 것도 없다. 덩치 큰 남자가 와서 만져도 골골골골 대면서 손이며 발에 머리를 박느라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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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쟁이들은 거들떠도 안보던 바구니에 쏙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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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고 애교부리더니 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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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는 눈 색깔이 정말정말 예쁘다. 에메랄드 빛인데 색도 투톤이다. 얼굴도 이쁜 지지배가 눈도 예쁘고 애교도 많은데….. 우리 똥쟁이들한테 화 좀 그만내면 안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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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뿌니…

우리집에 오고 첫날, 둘쨋날 까지는 방에 사람이 없으면 내내 울었다. 그러다 사람이 방에 들어가면 골골골, 사람이 방밖으로 나가면 애옹애옹애옹- 하도 울어서 걱정했는데, 이틀 지나고 나서 부터는 쏙 들어갔다. 퇴근하고 내가 집에 오면 애옹애옹 거리긴 하는데 한번 들어가서 밥주고 나오면 또 조용히 혼자 잘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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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한테 방 내주고 야영중인 똥쟁이들. 미안해 누나가 이상한애 데리고 와서 니들이 고생이 많다. 쟤가 원래 저렇게 승질 사나운 애는 아닐꺼야… 겁먹어서 그런걸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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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가 입던 옷 입고 성질난 박미달과, 쫓겨난게 불만인 박영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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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달아 인상좀 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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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에서 사 온 빨래통 같은건데 애들이 좋아해서 아예 담요를 깔아줬더니 침대로 사용하고 있다. 요거 고무? 플라스틱? 이런 재질이어서 세척도 편하고 목욕시킬때도 쓸 수 있을듯.

방 잃은 애들처럼 쪼그리고 잔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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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사일 지나고 애들 밥 먹는 자리를 문에 가깝게 옮기고, 문을 열어줘 봤다. 영달이 미달이는 신경 안쓰고 밥 잘 먹고, 봄이는 으르렁거리며 밥을 먹는다. 마치 사람이 말하면서 밥먹듯이. 으르렁촵촵 으르렁촵촵. 웃겨서 한참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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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가 하도 으르렁 대니, 영달이가 어이없다는듯이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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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잘 드시고 그루밍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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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잘 드시고 그루밍중.2

다음날 다시 미달이가 종일 입던 옷을 봄이한테 입혔다. 여전히 하악. 방문을 열어줬더니 으르렁 으르렁 하악하악 거리긴 하는데 밖에 나가고 싶은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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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가 온지 6일째 되는 날까지 옷 바꿔입히고 밥먹을때 살짝 얼굴 보여주고, 거실 구경시켜주고 하며 보냈다. 으르렁 대기는 하지만, 거리가 좀 유지되면 또 잠자코 있어 괜찮은 줄 알았다. 그러다 사단이 났다.

내가 미달이를 쪼물딱 거린 손으로 봄이를 쓰다듬으려 하자, 봄이가 엄청 화를 내며 나에게 하악질을 해댔다. 그걸 보고 있던 박영달이 와서 봄이를 솜방망이로 공격, 놀란 나는 둘이 떼어놓으려고 봄를 건드리려 한 순간 봄이가 나를 공격. 그거 보고 박미달까지 흥분해서 소리를 지르며 달려와서 하악 하악. 봄이는 엄청 사나워져서 도저히 어쩌지 못하고 영달이랑 미달이를 달래서 우리 셋이 방 밖으로 피신했다. 어떻게 3:1로 붙어서 쟤한테 졌는지 모르겠다.

미달이랑 영달이 합사 할 때 합사가 얼마나 순조로웠던건지 이제서야 알았다. 그때는 미달이가 꼬맹이여서 그나마 그렇게 순조롭게 합사가 되었던 거고, 성묘들의 합사는 다른 문제 인 듯. 일주일 정도면 익숙해 지겠거니 했는데 봄이는 그냥 입양 보낼 때 까지 격리해서 데리고 있어야 할 것 같다. 다른 것 보다 똥쟁이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면 그러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봄이는 안방으로 이동.

영달이가 밤에 많이 울어서, 얘도 울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얘는 정말 있는줄도 모르게 잘 잔다. 잤는지 놀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집에 고양이만 없으면 정말 완벽한 고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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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전투 이후로 더 예민해진 봄이.

그래서 지금 우리 집에 봄이 와있다.

그리고 이건…. 박미달 돌잔치 현수막이다. 미달이는 700g 아깽이로 우리집에 와서 4키로가 넘는 뚱녀가 되어 첫 돌을 맞이하게 되었다. 간단히 똥쟁이들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해 줄 생각. 이었는데 이것 저것 준비하다 보니 점점 간단한 파티가 아니라 정말 돌잔치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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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쟤는 누구냐옹? 어디서 많이 본거 같은데 누구냐옹? 왜 쟤 사진을 저기 걸어놨냐옹…?

반려동물 생일파티 세트를 팔길래 사봤는데 이건 개님 용인거 같다. 냥님들은 도무지 쓰고 있을 수가 없는 디자인. 사실 살때부터 고양이한테 씌우는건 무리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사본건데 낭패. 그래도 구입을 원하시는 분들은 뷰티풀그레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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놔라 닝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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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어 치우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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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불만인 박미달. 야 그거 니 생일에 써야된단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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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3처만에 내던지심.

그래서 지금, 고양이 수가 사람수보다 맣은 집에 살게 되었고, 미달이 돌잔치를 해야 해서 무척 바쁘고 정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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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2015. 3. 6 – 봄이 왔다. 그 봄 말고 냥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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