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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겨울 대학교 새내기의 끝무렵 친구와 둘이 손잡고 1주일동안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보호자 없이 떠난 첫 해외여행. 그땐 체력도 좋고 하고싶은것도 많아서 1주일동안 오사카-교토-고베-도쿄를 다 돌고 왔었다. 그 중에서도 교토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꽃이 필 때” 혹은 “단풍이 질 때” 꼭 다시 와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 후로 정말 여행을 많이도 다녔는데, 정작 제일 가까운 일본 교토에 꽃놀이를 가겠다는 결심을 10년 넘기 미뤄만 두고 있었다. 4월초, 벚꽃이 한창일 때는 생각보다 여행을 가기 쉽지 않다. 학생일 시절에는 중간고사 준비를 시작할 무렵이고 직장인이 된 지금 4-6, 9-10 6달 동안은 일년중에 가장 일이 많은 시기이다. 여름휴가 기간이나 연말이 아닌, 꽃 피고 단풍 질 때 시간을 내서 해외 여행 가기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10년 넘게 벼르고 벼르던 교토 꽃구경을 올 봄, 드디어 다녀왔다. 2월에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교토 숙소를 찾았는데 이게 웬걸 교토에 방이 없다. 시즌이 두달이나 남았는데 교토에 방이 없다. 1박에 10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 료칸 한군데만 방이 남아 있다. 부랴부랴 오사카 방을 찾아보는데 캡슐 호텔만 방이 있다. 남편이랑 둘이 여행가는데 캡슐 호텔에서 잘 순 없지. 스무살때 일본 여행을 같이 다녀왔던, 졸업하고 취업하기 직전에도 훗카이도 여행을 같이 갔었던, 취업하고 일본으로 가버린 친구에게 SOS를 쳐서 간신히 비즈니스 호텔 방 하나를 오사카에 잡았다. 2일 휴가내고 주말 껴서 최소 3박 4일은 가야 했지만, 남편 회사 일이 너무 바빠 하루 휴가도 간신히 내고 2박 3일 짧은 꽃구경을 다녀왔다. 일본여행을 가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먹는것에서 오는데, 이번엔 조금은 실패했다. 교토에서 가이세키 요리를 먹기 위해 미슐랭 스타를 받은 가이세키 요릿집 4군에 예약을 넣으려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 내가 가는 그 주 금토일 점심/저녁 모두 full-booking 상태라고 했다. 저 예약을 시도한게 2월이었다. 이 부지런하고 준비성 철저한 일본 사람들 같으니라구. 가이세키는 포기하고 대신, 오사카에 미슐랭 1스타를 받은 소바집을 찾았다. 오사카에는 미슐랭 스타를 받은 소바집이 10군데나 있다고 한다. 대체 국수가 얼마나 좋길래 미슐랭 스타를 받은걸까 궁금하기도 해서 그 중 한곳인 다카마를 찾았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이래서 내일 꽃놀이 갈 수 있을까 걱정스러운) 가운데 트렁크를 끌고 주택가 한가운데 있는 소바집을 찾아냈다. 식다은 작았지만 분위기는 고급스러웠고 홀 한가운데 10명이 앉을 수 있는 거대한 나무 테이블이 있었다. 야쿠시마섬에서 1,000년 이상 자란 나무로 만든 테이블이라고 한다. 소바는 좋았다. 담백하고 잡맛이 전혀 없는데 맛있다고 느껴지는 음식을 먹어본게 언젯적인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이 소바는 정말 담백하고 깨끗하게 맛있었다. 메밀면의 느낌도 좋았고, 소바를 찍어먹는 소스도 좋았고, 마지막에 그 소스에 내어준 숭늉 같은 차를 부어 마신것도 매우 독특하니 맛있었다. 비오는날 트렁크를 질질 끌고 찾아갈 만한 음식이었다. 음식도 좋았지만 음식을 내는 주인 부부의 여유로운 태도도 좋았고, 가게 분위기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다음에 오사카를 가게되면 이 소바집은 꼭 다시 가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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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테이블이다. 테이블 셋팅이며 분위가 모두 깔끔하고 고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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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바가 나오는 세팅.

IMG_0897IMG_0892 소바+덴푸라로 구성된 셋트가 있는것 같았으나, 일본어를 모르는 우리는 소바와 덴푸라를 따로 주문했다. IMG_0889 아침 비행기를 타느라 새벽부터 움직인 우리는 3시가 되어서야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잠시 쉬다 시내로 나갔다. 날씨도 안좋고, 피곤하기도 하여 오사카 “관광”은 말끔히 접고 도톤보리 인근에서 필요한 것들을 쇼핑하고 저녁을 먹었다. 저녁은 꼭 무제한으로 술과 고기를 주는 집에가서 먹겠다는 남편의 의견을 받아 “야키니쿠 에에카테이”라는 집에 갔다. 인당 약 3천엔 정도에 정해진 메뉴 내의 술과 고기를 1시간 30분동안 무제한으로 시킬 수 있는 집이었다. 내오는 고기의 질은 꽤나 괜찮았는데, 술은 영 아니었다. 술반 물반의 음료를 내오는데다가, 시킨 술을 다 마셔야 다음 잔을 주기 때문에 물배를 채우기 십상인 시스템이었다. 어찌되었건 포식을 하고 내일을 위해 일정을 끝냈다. 이번 일본여행 쇼핑목록 중 하나는 유카타 였다. 실내복으로 입거나 잠옷으로 입기도 좋을 것 같고, 기념품 스러운 맛도 있어 한벌 쯤 구매하고 싶었다. 이걸 어딜 가서 사야 하나 고민하다 백화점에 들어갔는데 다행히도 파는 곳이 있었다. 천을 몇개 대 보니 심플하고 귀여운 것 보다는 화려한게 어울려 보라보라한 유카타를 한 벌 구입했다. 이제야 정말 일본에 온 것 같다. 신난다. IMG_0615IMG_0618 한 잠 푹 자고 나오 다음날 일어나니 날씨가 쨍!하다. 일기예보에 금토일 내내 비온다고 계속 나와있어서, 우비 입고 떨어지는 꽃비를 맞을 각오로 갔는데 어제 온 비가 그치고 하늘이 너무너무 깨끗했다. 싄이 나서 기차 타러 가다가 우메다로 가야 하는데 난바에 내려서 한참 한큐선을 찾았더랬다. 어쨌든 무사히 우메다에 와서 교토 가는 차를 기다렸다. 이번 여행길에 그동안 살까말까 고민했던 DSLR을 한 대 샀는데, 오빠가 더 신이 나서 이거 저거 마구 찍어댔다. 이거 저거에 가끔 나도 들어간다. IMG_0898 IMG_0882 IMG_0895 우메다에서 가쓰라 까지 이동, 가쓰라에서 아라시야마 행 기차로 갈아타고 아라시야마에 도착했다. 내리는 순간부터 탄성이 터져 나온다. 여기도 벚꽃 저기도 벚꽃, 딱 일본 영화에 나오는 그 사쿠라 천지의 장관이 펼쳐졌다.

아라시야마의 첫 행선지는 덴류지. 천황의 명복을 기리기 위해 지은 사찰이라고 한다. 사찰의 정원이 무지막지하게 아름다웠고, 사찰 출구로 나가면 바로 대나무 숲이 펼쳐진다. IMG_0871 IMG_0866 IMG_0641 IMG_0639 IMG_0638 IMG_0643 IMG_0644 IMG_0645IMG_0663IMG_0662 이 대나무 숲을 지나 우리는 점심을 먹었어야 했다. 가고자 했던 곳은 아리시야마의 두부 요릿집인 쇼라이안. 산넘고 물 건너 산속에 위치한 식당을 간신히 찾아냈는데 오늘 만석이라며 자리가 없단다. 너무 허탈하고 기운이 쭉 빠져 식당 앞에서 한참을 앉아있다 발길을 돌렸다. 결국 이날 점심은 못먹었다. 대충 군것질로 끼니를 떼우고 해가 지기 전에 철학의 길을 걷기 위해 교토로 돌아갔다.   스무살에 교토에 왔을 때 여행 책자에서 본, 벚꽃이 흐드러진 철학의 길 이미지 때문에 아마도 이번 여행을 가게 된 것 같다. 오전에 비해 날이 살짝 흐려졌지만 꽃은 만개해 절정에 있었고 꽃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의 면면도 아름다워 보였다. 꽃이 흐드러져 꽃잎이 잔잔히, 어쩌면 초속 5센티미터로 떨어질 때 걸어보기를 그토록 소원하던 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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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이룬자의 모습.

IMG_0854 IMG_0853 IMG_0851 IMG_0848 IMG_0847 IMG_0846 IMG_0845 IMG_0841 IMG_0840 IMG_0839 IMG_0838 IMG_0836 IMG_0833   여기까지 걷고 우리는 거의 모든 체력을 소진했다. 2월에 세운 계획대로라면 여기까지 보고, 기온어딘가에 위치한 가이세키 요리집에서 진수성찬을 먹고, 기요미즈테라 야간 라이트업을 보는 일정이었지만, 애저녁에 식당예약에 실패했고,  플랜  B는 고베로 넘어가서 고베규를 먹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까지 하고 나니 고베는 커녕 오사카로 돌아갈 기력도 남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기온이고 뭐고 일단 기요미즈테라로 가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고 후다닥 야간 라이트업이나 보기로 했다. 서른을 넘긴 두 여행자에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2박 3일 해외여행 일정은 무리였다. 밤의 기요미즈테라는 꽃없이도 충분히 아름다웠을테지만 벚꽃잎이 날리는 이 특이한 색감의 사찰은 밤에 매우 묘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IMG_0824 IMG_0821 IMG_0816 IMG_0813 IMG_0811   사람이 정말 많았다. 하지만 그많은 사람들 속에서 걷는데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데 지장이 없을 만큼 조용했다. 그 많은 사람이 있는 장소라는게 믿기지 않을 만큼. 간간히 들리는 큰 소리는 대부분 한국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였다. 그리고 누구 하나 부대끼지 않았다. 같은 넓이의 공간에 같은 수의 한국 사람들이 있었으면 말도 못하게 밀치고 부딪혀오는 사람들 때문에 불쾌지수가 엄청 높아졌을 텐데, 이곳에서는 거의 그런 일이 없었다. 교토의 밤을 실컷 보고 기진맥진 오사카로 돌아와 호텔 앞 이자카야에 들어가 일본어로 말할수 있는 모든 안주르 시켜놓고 술을 마셨다. 이 도시의 아르다움과 쾌적함을 여기까지 누리고 우리는 돌아왔다.   IMG_0765   집에 오니 똥쟁이들은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었나보다. 보고싶었어 영달아, 미달아. IMG_0803 IMG_0802 IMG_0800 IMG_0799 IMG_0798 IMG_0797 IMG_0791 IMG_0790 IMG_0789 IMG_0788 IMG_0787 IMG_0786 IMG_0781 IMG_0776 IMG_0796   공항에서 사 온 고베 치즈케이크. 맛있다. 1,200엔 정도 하는데 한 조각에 만원씩 파는 치즈케익팩토리 치즈 케익보다 맛있다. IMG_0771 IMG_0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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