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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론 박미달을 사랑한다. 남편도 당연히 미달이를 사랑한다. 우리는 모두 미달이를 사랑하고 아끼지만, 마음 한 켠에 몸도 마음도 아팠을 박영달에 대한 짠함을 가지고 있었다. ‘영달이는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언제 다시 아플지 모르지만, 천진하고 낙천적인 미달이는 사랑만 받고 자라서 그런거 모르겠지.’ 하는 마음. 비싼 값을 치르고 이런 생각이 얼마나 인간 중심적인 생각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남편과 출장이 자꾸만 겹친다. 이번에는 3일이 겹쳤고 중간에 아빠가 한 번 들러 밥/물/똥을 처리해주기로 해서 집에 똥쟁이들을 놓고 출장을 다녀왔다. 부모님댁에 맡기고 다녀올까 했지만 지난번에 부모님댁에서 영달이의 털뽑기 사건이 있어서 애들 스트레스 받고, 왔다갔다 하느라 우리 고생한다며 아빠가 다녀가시겠다고 했다. 화요일 새벽부터 목요일 밤까지 약 70시간 정도 달달이들끼리 있었고 별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었다. 그런줄 알았다.  시간이 지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기억하기가 어려워 기록해 두기로 한다.

일요일 새벽 비행기로 도착해 월요일 출근을 하니 너무나도 피곤해서 화요일 하루 휴가를 내고 쉬었다. 일어나보니 고양이 방에 토가 한가득. 한두번 토한게 아니었다. 이상했다. 영달이가 또 토를 했나, 뭘 잘못먹었나, 둘이 동시에 토를 했나, 토를 밤새 왜이렇게 많이 해놨지, 병원에 가봐야겠다 하는 사이에 또 토하는 소리가 들려 얼른 뛰어가보니 미달이다. 미달이가 피를 토했다.  얼른 들고 다니던 병원에 갔다.(오전 11시 30분경)

미달이가 토를 해요 선생님. 아주 많이 했고 피도 토했어요. 선생님은 뭘 주워먹고 이렇게까지 토할 가능성은 가장 낮지만, 원래 뭘 주워먹는 습성이 있으면 그럴 가능성도 있고, 그럴 경우 내시경을 해봐야 한다고 했다. 다만 내시경에는 마취가 필요하니, 구토 억제제를 먹이고 하루이틀 더 볼지, 아니면 내시경을 해서 안에 무슨 일이 있는지 볼 지는 내 선택이라고 하셨다. 미달이는 비닐만 보이면 주워먹는 고양이인지라 내시경을 하기로 하고 선생님이 소개해 준 내시경을 할 수 있는 병원으로 다시 뛰어갔다.(오후 12시 30분경)

처음에 미달이를 진료한 선생님은 내시경보다는 약을 먹이고 하루정도 더 기다려 보자고 했는데, 원장님이 오더니 이정도로 토를 하고 피가 비친거면 안에 염증이 심할 가능성이 있으니 내시경을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하신다. 원래 내시경을 할 마음으로 왔기 때문에 그러마 하고 미달이를 맡기고 나왔다. 미달이는 진료실 안에서 본 멍멍이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웠다.(오후 1시 30분경) 비가 내렸고 급하게 나온 바람에 반팔에 얇은 가디건 차림이었고, 그대로 집에 갈 수도 없어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잔에 케익 한조각을 먹으며 기다렸다.

마취에서 깨어났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갔다.(오후4시) 선생님이 엑스레이를 보여주고, 위의 그림을 그려가며 내시경 영상을 보여주셨다.  내 손바닥 보다 작은 위 안에 아주 큰 궤양이 세개나 있었고, 피가 딱지앉아 있었다. 궤양의 진행이 심각한 편이고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며칠간 진행된 것 같다고 하셨다. 그리고 아주 많이 고통스러웠을거라고도 했다.  이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미달이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성격이라고 생각하고,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고양이 대하듯 해 온게 너무나 미안했다. 분명 어젯밤에도 낚시놀이를 했는데. 그러고보니 요 며칠 미달이가 뭘 맛있게 먹는걸 못 본 것 같다.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나 없을때 먹겠거니 했다.

IBD가 의심 소견이고 확진을 위해 궤양 주변에서 채취한 샘플은 조직검사를 하기로 했다. 검사 결과가 나올때까지 2주정도 걸린다고 했다. 며칠간 IBD에 대해 찾아보았고 미달이의 평소 배변상태를 볼 때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릴때부터 변이 묽었다. 사료도 여러번 바꿔봤고 락토페린도 먹여봤지만 별로 소용이 없었다.

미달이는 하루에 두 번 약을 먹으며 그럭저럭 지내고 있지만 확실히 아프기 전보다 힘이 없어 보인다. 영달이가 그루밍을 가장해 덮쳐도 가만히 엎드려 있기만 한다. 우리가 집을 비운 3일동안 스트레스가 한계상황에 달했엇나보다. 어쩌면 미달이는 낯선 집에 가있는 것 보다 영달이랑 집에 둘이만 남겨지는게 더 싫었을 지도 모른다.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덜어주기 위해 미달이 밥먹는 자리를 영달이랑 떨어뜨려주고, 화장실 위치도 하나 바꿔줬더니 미달이는 바꿔준 화장실만 쓰고, 바꿔준 밥 자리에서만 밥을 먹는다. 미달이를 볼 때마다 속이 상한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야지. 영달이가 싫으면 싫다고 말을 해야지. 밥 따로 먹고 싶으면 그렇다고 말을 해야지. 나는 고양이 말을 모른단 말이다.

성격이 좋은 고양이는 없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낙천적인 고양이도 없다. 고양이는 모두 예민하고 예민하고 예민하다. 우리집 고양이가 천진난만해 보이는건 고양이가 집사의 사랑을 받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우리가 ‘낙천적인”세상편한”천진한’등의 단어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우리집 애쓰는 고양이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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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2016. 5. 8.- 애쓰는 고양이.

  1. 생각해 보면 우리집도 둔한 고양이 역할은 냥냥이가 맡고 있지만 깜순이보다 병원신세도 더 많이 졌었어. 둘째는 생각 없이 행복했으면 하는 게 우리 바람이니 더 그렇게 믿게 되나 봐. 미달아 어서 낫자. 아줌마도 멀리서 사랑을 보내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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