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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7일(이어서).

그렇게 발코니에 갇혀서 어떻게든 유리 문을 열어보려 낑낑대는데 방 안에 뭔가 후다다닥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카카로치였다… 엄청나게 큰. 남자 엄지 발가락 만한 그런 카카로치. 친구가 나를 문 밖에 세워두고 한 일은 저 거대한 카카로치 세 마리를 잡아 변기물에 내리는 것이었다. 내가 그놈들을 봤으면 나는 저 안에서 못 자겠다고 할 게 뻔해서 보여줄 수 없었다고 했고, 내가 보고 있는 놈은 친구가 잡은 놈들보다 작다고도 했다. 방 안에는 카카로치, 발코니에는 거의 24시간째 깨어 있는 지치고 배고픈 영혼 둘, 발코니 밖에는 북두칠성, 이게 내가 상상했던 마요르카행 휴가가 아니었던 것 만은 확실했다. 우리는 춥고 피곤하고 멍하고 그랬다. 이걸 어떻게 해결하지..중얼거리며 발코니를 돌아다니던 친구가 발코니를 넘어 아래로 내려가겠다고 했다. 우리 방은 유럽식 1층(한국식 2층)이어서 한 층을 벽을 타고 내려가 집 문을 열어보고, 정말 잠겼으면 가디언이나 도움을 청할 곳을 찾아볼 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정말 샌들을 벗어두고 아래로 내려갔다. 그녀는 학교에서 암벽 등반 수업을 듣는다.

다음날 아침 찍은 발코니 사진이다. 저 발코니 벽을 넘고, 발코니 난간보다 약간 낮은 저 얇은 벽을 타고 가서 저 나무 틀을 딛고 다시 벽 어딘가에 발 디딜곳이 있어 그곳을 딛고, 나무틀에 매달렸다 아래 소파로 떨어지는 식으로 그녀는 발코니를 탈출했다. 그녀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온 여행은 아니지만, 이쯤 되자 정말 궁금했다. 그녀의 능력은 어디까지인지…! 우리 현관문은 잠겨있지 않았고 나는 카카로치가 사는 방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이 사건 이후 그녀는 나에게 처음 보는 것을 만지지 못하게 했다.(-_-) 하지만 아직 안도할 수 없었다. 우리에겐 아직 방안을 돌아다니는 바퀴벌레가 한마리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바퀴벌레를 또 때려 잡았다. 아.. 정말이지 그녀와 함께 여행 온 것이 아니었다면 나는 정말 진작에 리옹으로 돌아갔겠지.

그렇게 대충 눈에 보이는 바퀴벌레를 죽이고 우리는 공항에서 산 와인을 따고 이베리코 햄을 펼쳤다. 아까 (하지만 어제)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숙소에 도착하면 오늘의 고생에 대한 보답으로 따자며 산 스페인 산 와인이었다. 와인은 정말 “나! 스페인산!! 나!! 스페인산이야!!” 하는 강한 햇볕과 짠 바닷바람이 느껴지는 스파이시 한 와인이었고, 이베리코 햄은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친구가 휴가를 대비해 사온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틀어놓고 술을 한병 비우고 새벽 5시가 되어서야 잠들었다. 그렇다. 전날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났으니 무려 25시간 30분을 깨어 있었고 그 중 반 이상은 서있었다.

10시쯤 일어나 우리는 무작정 바다를 찾아 갔다. 이렇게 고생해서 왔는데 바다를 봐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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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발코니에서 보였던 그 수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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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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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마요르카 안와! 스페인 꼴도 보기 싫어! 프랑스보다 더 싫어!!! 라고 불과 몇시간 전에 중얼거렸는데, 바다를 본 순간 모든 증오의 마음이 사라졌다. 우리는 오후 3시까지 아침 메뉴를 먹을 수 있는 곳에서 아침을 먹고 나의 유니콘과 친구의 블루투스 스피커와 각자의 ebook, 그리고 맥주와 과일을 챙겨 해변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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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타려고 손펌프까지 챙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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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들고 바다에 둥둥 떠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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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은 뜨거웠고, 구름이 잠시 잠시 해를 가려줬고,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이 나를 더 멀리 데려다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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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놀다 고추튀김도 먹고, 오징어도 먹고, 생선도 먹고, 숙소에 들어가 낮에 산 약으로 7마리의 카카로치를 더 잡고, 오늘의 나쁜일이 기껏해야 바퀴벌레 7마리 였던 것에 감사하며 잤다.

6월 8일.

이 날은 모든 전자기기를 방에 두고 튜브와 술, 현금 조금만 들고 바다에 나갔다. 해변을 옮겨가며 뜨거운 태양 아래서 맥주를 마시며 둥둥 떠다녔다. 눈을 감고 유니콘에 기대 누워 바닷 바람을 맞으며 잔잔한 파도 위에 떠 있는 것은 마치 우주 위에 떠있는 느낌이었다. 날씨는 화창했고, 아무도 서두르지 않았으며, 사람들은 밝고 환하게 웃었다. 그렇게 놀다 물 속에서 찍을 수 있는 즉석사진기를 바다에 빠뜨렸다. 이게 오늘의 나쁜일이구나! 하며.

정말 그랬을까?

물에서 종일 놀고 오후에 숙소에 들어와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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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핫! “야 너 돌아가는 비행기 프랑스에서 파업해서 취소됨.” 이라고 문자가 와 있었다. 이 항공사의 팔마->리옹 항공편은 매주 토요일에만 뜨고 나는 다음주 토요일 표로 바꿀 수 있다고 했다.  다음주에는 수업이 있고, 나는 수업을 3번 빠지면 퇴학이다.

일단 비행기 환불 요청을 하고 다른 표를 검색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air traffic control 파업이 있다고 했으니 프랑스 다른 도시로 가는 비행편들도 취소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프랑스보다는 신뢰가 가는 에어 스위스 제네바 행 비행기를 예약하고 제네바-> 프랑스 기차표를 샀다. 그나마 이건 대비할 수 있는 불운이었다고 위로하며 저녁을 먹고 방방을 타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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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맛있진 않았지만 그런대로 맛있었던 그런 타파스.

어제 밤에 봐둔 놀이동산(월미도 같은..분위기의 작은 테마파크가 숙소 근처에 있었다)에 방방이 있었고, 물어봤더니 우리도 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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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솟아 오르는 느낌일 줄 알았는데 무서웠다… 저 원 밖으로 자꾸 나갈 것 같았다. 무서워서 10분 탈 수 있는데 5분 타고 내려왔다. 역시 애들만 타고 있는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 방방이 내 휴가의 마지막 일정이 되었다.

숙소에 돌아와 짐을 쌌다. 비행기는 다음날 오후 2시 25분이었고, 여기서 공항 가는 버스는 9시 40분에 있었다. (그 다음 버스는 1시 5분이고, 버스로 1시간 40분이 걸리는 거리였음)

6월 9일.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메일을 확인했다. 혹시 또 무슨 변경사항이 있나 싶어서. 다행히 별 연락은 없었기에 일찍 집을 나섰다. 공항 버스는 9시 40분이라고 했지만 9시 33분쯤에 거기 있던 사람들을 태우고 출발했고 나는 11시 10분쯤 공항에 도착했다. 전광판을 확인하니 비행편이 14시 25분인데 보딩이 14시 40분이라고 써 있었다. 으잉? 하며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비행편을 조회해보니 딜레이… 그렇다 또 연착이다. 그리고 나는 미리 예약해 둔 프랑스행 기차를 탈 수 없게 되었다. 이제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일단 제네바에 도착 하면 그때 가서 집에 갈 방법을 생각해 보자고 했다. 인간의 안량한 머리를 아무리 굴려봐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또 공항에서 술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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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르카에는 독일인 관광객이 유독 많아서, 메뉴 제일 첫 페이지에 독일어 메뉴가 있는 식당도 있었는데, 공항에도 독일 술집이 있었다. 커리부어스트와 슈크루트, 프레첼, 감자, 생맥주를 시켜놓고 앉아 시간을 보냈다. 라운지 카드를 확인해 보았으나 유효기간이 끝났고, 새 카드는 아마 한국 집으로 배달되어 있을 터였다. 딜레이된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게이트가 두번이나 바뀌였고, 3시가 넘어서야 보딩을 시작했다. 오늘도 역시 그냥 넘어가지 않고 이륙 준비가 다 된 비행기는 갈 생각을 안했다. Air traffic control 파업으로 항공기들 운행 시간이 바껴서 이륙 허가가 안나고 있다며 한시간 정도 기다려야 될 것 같다는 안내가 나왔다. 에어 스위스 승무원분들이 물과 초코렛을 나눠주고 있었다. 그 와중에 스위스 초코렛은 맛있었다.  그렇게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비행기는 이륙했고 나는 리옹 상공을 지나 제네바로 갔다.

그 와중에 비행기 밑으로 보이는 섬과, 알프스와, 레만 호수가 너무 아름다워 넋을 잃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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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에 도착한 시간은 6시, 미리 확인해봤던 내가 놓친 다음 기차 시간은 6시 50분. 기차역을 향해 뛰었다. 역에 도착해 약간의 수수료를 내고 전에 기차표를 취소하고, 새로 기차표를 샀다. 리옹가는 기차표를 달라고 했더니 창구에 계신 분이 “프랑스 애들 맨날 파업해서 기차가 있나 모르겠네~ 아까 4시 기차도 취소였어~!” 하시길래 “어.. 걔네가 파업해서 내 비행기가 취소돼서 지금 여기 온거야.” 했더니 빵 터지셨다. 티켓이 인터넷으로 사는 것 보다 13유로가 더 비싸 내가 어플로 사겠다고 했더니, 어플로 산 기차표는 실물 기차표로 바꿔야 하는데, 바꿔주는 SNCF 창구가 주말에는 닫는다고 했다. 내가 미리 사뒀던 표는 결국 제 시간에 왔어도 못쓰고 다시 사야 했던 거다. 징글징글한 프랑스 놈들. 쓰지도 못할 표는 왜 파는지…? 이들은 정해진 파업날짜의 기차표도 계속 팔다가 전날 오후 5시에 “내일 기차 캔슬됨”이라고 알려주는 놈들이다.

그렇게 나는 집에 갔다. 6월 5일 오후 3시에 출발해 비행기를 못타고 저녁 8시경 집에 돌아왔고,  6월 6일 오전 4시 30분에 다시 출발해 6월 7일 오전 2시에 21시간 30분만에 깔라도르 숙소에 도착했다.  6월 9일 오전 9시 10분에 깔라도르에서 출발해 22시에 13시간만에 집에 들어왔다. 마요르카 팔마공항-리옹 간의 비행 시간은 1시간 25분이다.

6월 10일.

오늘은 종일 고양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토요일에 반드시 집에 돌아와야 했던 이유는 사실 고양이들 때문이었다. 학교에 비행기 티켓 취소된걸 보내고 사정을 설명하고, 하루쯤 더 있다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집 2마리, 친구네 집 1마리, 총 3마리의 고양이가 굶게 생긴 것이다. 여행 오면서 다른 친구에게 키를 주고 하루에 한번 고양이 수발을 들러 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내가 돌아가기 전날인 금요일 우리집에 두 사람 집의 키를 놓고 가 달라고 한 것이다. 비행기 캔슬 소식을 알았을때는 친구가 이미 우리집에 키를 두고 간 후였고, 내가 집에 가야 고양이들이 밥을 먹는 그런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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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나는 어디 다치거나 죽지 않고 집에 왔다. 이 일로 여행을 다시는 안가거나 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유럽에서 저가항공을 이용해 섬에 다시 가고 싶지는 않다. 진심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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