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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말과 2017년 초에 걸쳐 개봉한 거의 모든 영화를 보지 못했다. 장난반 진심반으로 시작한  프랑스행이 갑자기 결정되어 눈코뜰 새 없이 바빴다. 학교를 찾아보고 원서를 넣고 회사를 설득하고 남편은 발령지로 먼저 출발하고 혼자서 한국 집을 정리하고 고양이들 출국 준비를 하면서 출국 4일 전까지 출근을 했다. 그래서 문라이트도 못봤다. 여기서는 돈을 내도 컨텐츠를 다운받을 수 없다고 한다. 캡틴 판타스틱도 그 어드매 쯤에 개봉했던 영화다. 영화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얼굴에 온통 검댕을 칠한 남자가 정글에서 사슴을 사냥하고, 심장을 꺼내 먹는 성인의식을 치르는 것으로 시작했다. 정글북의 실사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심장이 도려내 진 채 어린 여성들에게 발골 당하는 사슴이 불쌍했고, 숲에 앉아 두더쥐 해부를 놀이삼아 하는 어린이를 보고 이게 도대체 뭐하는 영화인가 싶었다.

비고 모텐슨이 연기한 주인공 벤과 그의 여섯(??!!) 자녀들은 숲에서 자본주의사회를 등지고 독립적으로 살고 있는 가족이다. 약을 하지 않고 엄청 똑똑하고 강한 히피..? 그럼 히피가 아닌가? 벤과 그의 아내는 아이들을 저 산속에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온전히 혼자의 힘으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이상적인 인간으로 키우고 있거나 그러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실제로 8살 난 다섯째 사자는 권리장전을 줄줄 외우는데서 나아가 사회적 사건이 권리장전에 비춰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정도의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 장남인 보는 다른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인증되지 않는 홈 스쿨링을 했을 뿐이지만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브라운, MIT 등등 내가 아는 모든 미국 대학으로부터 입학 승인을 받는다. 이들은 사냥을 할 줄 알고, 사냥한 동물을 식사로 바꿔낼 줄도 알고 암벽을 타고 산속을 모글리처럼 휘젓고 다닌다.

그러다 엄마가 죽고, 장례식에 참가하기 위해 거대악 자본주의가 장악하고 있는 사회로 나갔다가 겪는 일련의 일들을 통해이들의 이상적인 삶과 사회의 간격을 보여준다. 세상 누구보다 생존력이 강하고 똑똑한 자식으로 키웠다는 부모와, 당신이 하는 것은 아동학대에 불과하다는 친척들의 갈등을 보여주며 여러가지 질문을 던진다. 벤과 그 가족들의 삶의 방식은 이상적인가? 저들의 삶의 방식과 저렇게 길러진 아이들이 사회에서 받아들여 질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저런 독자적이고 고립된 생존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완벽하지만 사회에서 철저히 외면받는 존재는 행복할까? 가족 공동체내의 유대감만이 사회가 주는 소속감을 대체할 수 있을까 등등. 여러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하는 영화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첫 장면에서 무섭고 잔인하게 느껴졌던 사냥하는 장면이 오히려 육체의 힘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장면처럼 느껴지고,  이들의 신체적 능력을 흠모하는 지경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적으로 성숙한 인간을 보는것 자체가 일종의 유희이자 즐거움으로 느껴진다. 벤이 가진 사고방식에 동의할 수 없지만, 그가 이뤄낸 결과물을 유희로 즐길 수 있는 위선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충분히 interesting한 (영화 속에서 가족들이 책에 대해 토론할때 interesting은 금지어다) 영화다. 그리고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이 너무 아름답고 예쁘다. 특히 베스와 사자에게 깜박 반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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