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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bébé est mort. 아기가 죽었다. 로 시작하는 소설을 읽은적이 있다. 젊은 아프리카계 이민자 여성이 프랑스에서 공쿠르 상을 받아 화제가 된 소설 Chanson douce, 달콤한 노래 라고 번역되어 나온 책. 어느 팟캐스트에서 레일라 슬리마니가 출연해 이 소설의 첫 대목을 읽어준 것을 들은 이후로 어딘가에 글자인지 소리인지 모르게 내 안에 남아있는 문장이기도 하다.

한국에 돌아왔고, 복직을 했고, 한달에 한번씩 2박 4일 3박 5일 되는 일정으로 유럽으로 출장을 세번이나 다녀왔고, 어느정도 다시 이 삶에 적응했고, 어젯밤 꿈에 친구가 나왔다. 어젯밤 꿈에 죽은 친구가 나왔다. 생일이라고 잊지 않고 생일축하를 건네러 온 듯이 찾아와서 나의 슬픔을 안다는 듯이 그렇게 앉아 있다가 갔다.

스무살에 처음 만난 친구다. 하얗고 어딘가 수줍은 얼굴에 희미하게 사투리를 쓰는, 똑똑한듯 어설프고 무심한듯 자상하고, 자신감이 있는듯 걱정이 더 많은 그런 친구였다. 우리는 대학교 신입생 시절은 함께 보냈다. 교양 수업을 몰려다니며 같이 듣고, 들어도 들어도 알 수 없는독일어 수업을 같이 들었으며, 오늘은 음미대에 갈까 공깡에 갈까 학관에 갈까 점심메뉴를 고민했고, 연애 고민을 나누며 학교를 다녔다.

뭐든지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 대학 생활 내내 남들 다 가는 배낭여행 한 번 가지 않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둘 다 회사원이 되고 나서 가끔 만나면 친구는 틈나는대로 여행을 많이 다니던 날 보며 “나도 너처럼 살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다. 그 라고 놀러갈 돈이 없거나, 정말 시간에 쫓겨 물리적으로 여행을 갈 수 없던 건 아니었을 거다. 자신에게 거는 기대가 높아 마음이 조급한 사람이 친구 안에 살고 있었다.

프랑스에 있던 어느날 연락이 왔다. 곧 미국에 간다고 했다. 컨설턴트 일을 하던 친구는, 몸이 너무 많이 상했다고 했다. 몸과 마음이 지쳐보였다. 건강을 잃은 몸과 그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도 많이 심란해 보였다.  그래서 그동안 너무 고생 많이 했다고, 열심히 앞만 보고 살았으니 미국에 가면 공부할 생각 말고 열심히 놀으라고, 미국에 놀러가겠며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고 전화를 끊은게 친구와의 마지막 통화였다.

나는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는데, 친구는 공부도 마치지 못했고 한국에 돌아오지도 못했다. 죽기 이틀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안부를 주고 받았다고 했다. 요즘 운동도 많이 하고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고, 잘 지낸다고 했다.

부고를 듣고 친구의 부모님 부고를 잘못 들었다고 생각하고 전화를 했다. 친구는 받지 않았다. 장례식장에 부모님이 울고 계셨다. 친구를 잊지 말고 오래오래 기억해 달라고 하셨다. 장례식장에는 총동문회를 한 것 보다 많을 사람들이 빈소를 찾아왔다. 우리는 믿기지 않는 눈으로 서로를 보고 울었다.

꿈에서 친구를 보고 있다, 너는 죽었는데, 아, 생일이라고 나를 보러 니가 꿈에 온거구나 하면서 잠에서 깼다. 역설적이게도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너만큼은 못하겠지만, 이렇게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고. 남은 우리가 힘을 내 봐야겠다고.

그래봐야 너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은. 친구는 죽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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